가루에게 싸게 넘겨받은 버티컬 마우스를 하루종일 테스트했다.(오랫만에 히키코모리 놀이했다는 말-_-)
과연 편하다.

갑자기 날씨가 돌변해서 폭우에 천둥번개. 이제 하늘만 무너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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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다 보니 열세시간을 자버렸다. 일찍 일어나서 도서관 가야지 했는데 8시쯤 일어났다 알람을 끄고 바로 잠들어버렸고, 다시 11시쯤에 일어났지만 이상하게 몸이 무거워 소파로 자리를 옮겨 잠시 쉬려고했는데 다시 눈을 뜨니 오후 3시를 넘겼더라. 고양이와 같이 소파에 누워있으니 소파가 나인지 내가 고양인지 고양이가 소파인지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꿈을 세번이나 꿧는데 제법 유쾌한 꿈들이었고 나름대로 안정된 스토리 라인까지 가지고 있었다. 기억을 위해 적어둬야지-하고 꿈속에서 생각했다.

간신히 일어나 고양이 세수를 하고 옷을 대충 걸쳐입고 밥을 먹으러 갔다. 배가 너무고파서 뭘 먹을까하고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오랫만에 한솥 치킨마요 곱배기로 결정. 학교벤치에서 맛있게 먹고 드디어 도서관으로 갔더니 방역을 위해 휴관이란다. 힘이 빠져서 그냥 저녁먹을걸 사서 집으로 왔다. 집에오니 공부할거리도 안챙겨갔더라. 만화책보고(40%) 노래들으며 뒹굴거리다가(50%) 한자를 조금씩 보니(10%) 어느덧 이시간이다. 창밖에서 빗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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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업이다. 별 감흥이 없어서 졸업식을 하든말든 대충 시험치고 졸업하고 준비해서 취직하고 싶은 생각뿐이였는데 시험지를 받아들고 위의 공란에 늘 적던 과목명과 학과와 학번과 이름과 '중간'시험 '기말'시험 이 아니라 '졸업'시험이라고 적은 순간 '이제 졸업이구나.'하면서 무언가 찡한게 올라왔다.

 매일 걷거나 자전거로 올랐던 학교도 이제 자주 못오겠지. 취직이 부산에서 안되면 평생 몇번 못 올수도 있는거고. 당연하게 이년동안 써왔던 사회대 1층의 내 사물함도 다른사람이 쓸거고 맛없는 학식들 안녕. 교수님들 안녕히, 도서관의 선생님들도 안녕히. 학교의 나무들, 미리내골, 사회대잔디밭, 길냥이들, 테니스코트 윗길, 산성, 문창대, 약대옆길, 콰이강의 다리, 미가반점, 가니쉬짜이,뉴숯불치킨,원두막,타카시&하루나,밤의 한적한 학교, 방학때의 조용한 학교, 개강후의 분주한 학교, 시험기간의 학교 축제기간의 들뜬 학교 등등 내가 좋아했던 부산대학교의 모든것들 모두 다 안녕.

하고 인사를 해둔다.

졸업시험은 언제나 처럼 금메달을 땃다. -_-b
재시험은 언제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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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며 말하던 그 목소리는 처음 들었을때와 다름없이 작고 여리고 수줍어해서, 귀를 가까이 대지 않으면 잘 듣지 못할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런 시늉을 하며 들었다.  힘든 현재와 장래에 대한 불안함을 담아 두서없이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눈빛과 함께 말하는 사람의 말은 나에게 가장 잘 전해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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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망에 별아를 만났다. 도서관에서  갑자기 가방에서 크고검고길고아름다운것을 꺼내주었다. 숯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물건을 받아서 당황했지만 고맙게 받았다. 냉장고에 넣으란다. 우리집 냉장고 조그매서 들어갈런지는 모르겠다. 근데 애가 쫌 이상해졌다. 대로로 나서 횡당보도에서 신호바뀌길 기다리는데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하더만 덜덜 떨면서 고개를 푹 숙인다. 사람들이 얼굴보는게 무섭다며 왠지 자기가 있으면 안될곳 같단다. 대인기피증 증세가 살짝보인다. 그래도 지가 지 이상한걸 알아서 다행이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니는 니한테 너무 엄격하다'는 말을 들었다. 세상에 나보다 남에게 엄격하고 나에게 관대한 사람이 어디있다고!!! 그말에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 하루였다. 나는 관대하다~

신중석식 농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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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땀흘린후 샤워하고 맥주 한잔
    안주는 없어도 상관없지만 오늘은 삶은 감자에 치즈를 올려 살짝 구워낸것
    여기에 고양이와 좋은 음악과 부담없이 읽을 100년쯤 전에 쓰여진 영국코믹소설을 곁들이면 근심걱정이    사라지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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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만화로 보는 중국고전 시리즈가 있다. 채지충이라는 유명한 대만 만화가가 그린것인데 요즘 정도로 약간 더운날이면 시원한 거실에 엎드려 조금씩 보고는 했다. 여러가지 인상깊은 내용들이 많은데 그중에 하나는 어떤 사람이 친구가 보고 싶어서 보름동안이나 배를 타고 장강을 거슬러 친구를 만나러 간 이야기다. 친구집  앞에 도착했지만 그 사람은 친구를 만나지 않고 다시 되돌아 가자고 뱃사공에게 말했다. 이를 궁금히 여긴 뱃사공이 어찌 이 먼길을 왔는데 얼굴도 보지 않고 가냐고 물어보자 '흥이 나서 왔다가 흥이 다해서 돌아가는것 뿐이라오' 하고 답했다는 이야기다. 처음 봤을때는 이게 무슨 뻘짓이냐고 돈아깝그르..하고 생각했는데 살다 보니 그 사람이 이해가 되더라.

경우가 좀 다르지만

몽골행 비행편을 알아보다가 갑자기 다 귀찮아져서 워크캠프 참가를 취소했다. 좀 더 일찍 5월쯤에 비행기예약을 할 생각이었으나 아는 사람이 있대서 그쪽만 믿고 마음놓고 있었는데 역시 내가 직접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었다. 한달전에 성수기표를 예약하려니 골치아프다. 준비할것들에 대해서 손 놓고 있은 내가 잘못이다. 지금부터 준비해도 늦은건 아니지만 그 이전에 가고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신청할까말까 고민할때도 좀 그랬지만..

 결정적인 이유들은 아니지만 1.공부할것이 많다. 나 졸업하는거지.. 2.일련의 일들로 정신상태가 너덜너덜 해져서 즐겁게 있을수가 없다. 3.말도 안통하는 낯선땅에 대한 두려움 등 이 모든 핑계들을 다 합쳐서 '귀찮아서 취소' 라고 간단히 이유를 대자.

내가 어릴적부터 몽골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질릴때까지 지평선과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보고싶어서였다. 가는 김에 봉사활동도 하려고 워캠을 신청했었다. 신청취소. 참가금의 50퍼센트는 반환되지 않습니다. 기부한셈 치자 좋은일에 쓰이기를-
 
그 넓은 땅이 어디로 가겠냐 별이 다 떨어지겠냐.. 다시 가고싶어지면 그때는 주저없이 떠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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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에 마감인 과제가 있어서 그를 위해 요 1주일간 느긋하게 자료를 모으고 관련책을 읽었다. 통 의욕이 없어서 목요일부터 사흘간 슬램덩크 전권을 복습하고 내친김에 건방진천사도 다 읽었고 덤으로 기타십여권의 만화책도 읽었는데도 효과가 없어서 어제 밤에는 억지로 게임도 손에 잡아봤으나 통 재미가 없어서 관두고는(물른 놀기만 하지는 않았다, 아르바이트도 하고 조별과제도 했다!)  그냥 일요일에 집안일을 하고난뒤 쓰기로 했다. 나는 무언가 한가지일을 끝내고 나면, 약간 주위가 정돈되고 안정되고나면  집중이 잘되는 편이다. 일요일 늘어지게 잔뒤에 청소를 하고 이불빨래를 하며 조금씩 써나가다 보니 감이 왔다. 전반적인 틀은 전부 갖추어 졌고 이제는 자료들 내 버전으로 어레인지 시켜 채워넣기만 하면 되는 단계인데 의욕이 다시 죽어버렸다. 내가 궁금해하던 부분은 이미 다 해소되었고 남은일은 단순노동에 가까운 일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런일은 반복을 해야 능숙해지고 세련되어 지는데 나는 내가 받아들인것을 나름대로 글로 정리를 잘 하지 않는 편이다. 복습을 안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독서는 생산적이지 못하고 글쓰기는 서투르다. 이건 반성. 한숨자고 학원갔다와서 끝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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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사회와문화 월요일마감발표 대학도서관경영 화요일마감 조별과제하나  그간미뤘던 쓸거리두세개 토익공부 학원복습 서지학한자외우기 몽골어 중국어회화 사진편집 사회사상사복습 오늘 간만에 전혈했더니 몸이 내몸이 아닌것 같다 거친인생 지금을 위해 막살았습니다 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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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치질을 하고 있는데 재채기가 나오려고 한다. 도저히 참을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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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내렸다. 일을 마치고 비를 맞으며 집으로 가는 길은 나무에서 떨어진 꽃으로 덮여있었다. 숲냄새와 비냄새를 맡으며 내려가는데 길이 참 이쁘다는 생각 말고는 다른 생각을 할수가 없었다. 꽃길이 끝나가는 곳에서  지금 나는 가진것은 별로 없지만 모든것을 다 가지고 있다고, 이렇게 살아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침부터 인스턴트 커피 한잔 말고는 아무것도 먹은게 없어서 허기가 졌지만 머리속은 되려 맑아져서 식욕이 일지 않았다. 하지만 토요일에는 언제나 쉬던 카레가게가 문을 열었다는것을 기억해낸 순간 발길은 절로 그쪽으로 향하는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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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김정남쌤께 빌린 우산을 돌려드리려 갔더니 먹을걸 주셨다. 내일 도서관에 전시행사가 있다고 그걸 준비하시느라 저녁드시고 남은 토스트다. 방금 저녁먹고 일하러 왔어도 그새 배가 고파져서 언제나처럼 사양않고 먹었다. 내일 전시에 쓸 목판에 곰팡이가 펴서 그걸 털어달라고 부탁하셨다. 삭삭 솔로 문질러 털어냈다. 목판에 먹을 묻혀 하나 찍어내서 전시해야 되는데 일손이 부족하다 하셨다. 재밌을것 같아 한다고 했다. 먹과 벼루와 붓등을 받아와서 일하는곳 앞의 큰 책상에 벌여놓고  먹이 묻을까봐 앞치마도 하고 팔토시도 하고 먹을 갈기 시작했다.

 먹을 갈고 있으니 조용하고 평화롭게 먹을 진하게 갈아서 난을 치던 시절이 생각났다. 중학교때 1년정도 난을 쳤었다. 미술실에서 아침에 한시간, 수업마치고 한시간정도 학생 열댓명과 선생님들 몇분이 같이 동양화를 그리고 있었는데 클럽활동은 아니였다. 나는 전혀 할 생각이 없었는데 어머니의 강권으로 가게 되었었다. 미술실에 가서는 조용히 담요와 벼루와 붓 연적 서진 종이등을 챙겨서 책장위에 준비를 한다. 붓과 종이와 먹은 개인이 준비해야 한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몰랐지만 벼루와 먹마다 먹물을 갈때 감촉이 미묘하게 다르고 먹색과 질감이 차이가 난다는게 느껴져서 좋은 벼루와 서진을 고르고 고르곤 했었다. 먹은 어째서인지 냄세가 독한게 잘 갈리고 좋았다. 종이는 화방에 가서 각자 사서썻는데 문방구에 파는 화선지하고는 확실히 다르게 먹이 깨끗하게 먹혀서 좋았다. 붓은 토끼털로 된것인가 했는데 한참 쓰다보니 손에 잘 익어서 좋았지만 화방에 갈때마다 괜시히 다른 붓을 탐내고는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림에 조예가 없는건 마찬가지라 난을 한참치고 그다음에 대나무와 국화를 조금 배우다가 3학년이 되어서 입시준비를 하느라 관뒀다. 다른 아이들은 매화까지 다 배우던데 나는 대나무도 어려워서 못하겠더라. 웃긴건 내가 대회에 나가서 상까지 받은 것이다. 우수상인가 하는 상장을 받아들고는 동양화계는 정말 암울하구나..하고 생각했던것과 그렇게 맘에 들게 그리지도 않은 난을 표구를 해서 부끄러웠던게 기억난다. 연필을 잡아도 붓을 잡아도 악필인건 마찬가진데 미술선생님(성격좋아보이는 할아버지)이 내가 낙관한것을 보고는 낙관한번 멋지다 라고 해서 괜시리 기분좋았던것도 기억난다.

 목판에 먹을 바르고 화선지를 댄 뒤에 수건으로 살살 문질렀는데 금새 번져버렸다. 먹을 진하게 갈아도 계속 번지는걸 보니 목판인쇄를 하는것과 서예는 하는 것은 먹이 좀 다른가보다. 검색을 해보니 알콜성분을 넣고 먹을 갈아 판에 바른뒤 종이를 대고 사람머리카락에 밀랍이나 기름을 묻혀서 살살 문질러내야 된단다. 서지학시간에 비디오로 볼때는 쉽게 되는것 같더만 책만드는 장인이 보기보다 어렵다고 했던게 빈말이 아니었다.재료도 시간도 기술도 없어서 관두기로 했다. 정리하다가 남은 먹이 아까워서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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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경과 남포동 마실을 갔다. 지하철에서 대삼방 을 만났다. 셋이서 붙어다니는 신입생 트리오인데 세명을 통칭하는 말이 없냐고 물어보니 '돼지삼인방요?" 이런다. 그건 너무했다 싶어서 대삼방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과제를 위한 견학을 위해 남포동에 가는 길이란다. 얘들과는 어째서 이렇게 자주 마주치는것일까. 화요일에 점심을 사주기로 했다.

 카메라 상가에 잠시 들러서 렌즈가격에 좌절하고는 용두산 공원에 올라가봤다. 사람이 많았는데 조선통신사 기념 퍼레이드가 있다고 했다. 행사복장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구경 하면서 사진좀 찍었다. 일본사람이 많아서 곳곳에서 일본어가 들려왔다. 행사시작이 세시라 기다리기 뭣해서 다른데를 둘러보기로 했다. 공원을 내려가는데 사무라이 복장을 한사람들이 공원을 올라오고 있었다.

 수입상가에 들러서 MRE세개와 이과수커피 세통을 샀다. 이동네 사람들은 여전히 무섭다;; 보수동책방골목에 가서 고로케와 도너츠를 사먹으며 쉬었다. 가게에는 손님이 끊이질 않았고 주인 아저씨는 귀에 이어폰을 꽂은채 입가에 미소를 잃지 않고 반죽을 하고 있었다.

 늘 가는 곳에서 책을 세권 샀다. 기형도 시집을 사고 싶었는데 갑자기 '기형도' 라는 이름이 생각이 안났다. 도구와 기계의 원리 1권이 있었다. 내가 예전에 찾은적이 있었는데 주인아저씨가 기억해뒀다 찾아둔걸까.

 막심 고리키M.Gor'kii 지음,김영국 옮김,고리키 단편선, 범우문고097(범우사,1995)
스티븐슨 作, 일어학습문고 편찬회 譯註,보물섬,일어학습문고 일한대역 세계명작소설 1(다락원,1982)
임어당 저, 유해인 옮김, 생활의 발견, 하서명작선38(하서,1996)

 세권 다해서 5000원~ 예전에 하도 깍아서 이번에는 미안한 마음에 깍을수가 없었다.

 다시 용두산 공원쪽으로 가고 있으니 퍼레이드가 지나가고 있었다. 좀 구경하다가 앞으로 따라가서 놓친것들의 사진을 보자고 했는데 아무리 가도 앞부분을 따라 잡을수가 없어서 포기했다. 구경하는 사람들이 다들 즐거운 표정이어서 축제라는 기분이 들었다.

지하철에 앉으니 너무 피곤해서 계속 졸면서 집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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