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토요일오후에 동네까페에서 된장놀이를 하다 책 다 읽고 집에 가는길에 양꼬치구이 가게가 눈에 띄여서 가봤다. 중국사람이 하는 가게인데 개업한지 얼마안되서 전반적으로 어수선했다.
양꼬치 10대에 7000원, 적당한 가격. 연하고 기름지고 맥주랑 먹으니 천국.
물만두 4000원. 피가 좀 두껍지만 만두소가 탄력있고 육즙이 차서 맛있었다.
손님들은 대부분 중국사람...-_-
먹고 있으니 집 옆에 중국식재료랑 간단한 중국식매운탕(3000)을 파는가게(중국인학생아지트화)의 여자주인이 이 가게로 잠시 지원을 나왔다. 평소에 종종 들러 탕을 사먹어 얼굴을 아는지라 어색하게 인사했다. 아마 그 사람은 쟤는 중국도 안가봤다면서 맨날 이런대만 골라오냐 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2.
양꼬치를 먹고 잠시 산책하는데 뭔가 외국어로 된 간판에 눈에 들어왔다. 뭐라고 읽는지는 모르겠고 한글로 베트남 쌀국수라고 적혀있었다. 전에 봐뒀던 인도식 카레가게가 한번 가보기도 전에 망해버려 아쉬웠던 적이 있는지라 바로 오늘 일 마치고 저녁먹으러 가봤다.
베트남에 있는 동네쌀국수집을 철저하게 벤치마킹한듯한 인테리어! 가게 주인은 물른 손님들도 대부분 베트남 사람이라 순간 베트남에 온것 같은 착각이...(가본적은 없지만)제대로 왔구나 하고 생각하며 소고기쌀국수6000랑 튀김만두4000랑 하노이맥주를3000 시켜먹었다.
단백하고 깊은 국물에 쫄깃한 면발...다시는 체인점 베트남 쌀국수집에 안 갈런다.
더럽게 비싸기만 하고-
메뉴에 개고기도 있고 뭔가 이것저것 많았는데 몇번 더 가봐야겠다.
3.
오늘 한국어 능력시험 감독을 했는데 응시생들은 대부분 중국, 베트남 쪽 사람이었다.
내가 세계로 안나가도 세계가 나에게 오는구나.
다른 명칭은 황금 볶음밥, 가난뱅이 볶음밥, 게으름뱅이 볶음밥 일요일 오전, 돈없고 귀찮을때 대충 볶아 먹는 볶음밥
재료: 계란 양파 밥 카레가루 후추 마늘
-기름 달군뒤에 마늘로 향을 낸다. -계란을 후라이팬위 푼 뒤 저어서 노른자와 흰자를 섞는다. 중요한것은 별도의 그릇에서 저은뒤에 후라이팬에 풀면 안된다는 점이다. 설겆이거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계란이 살짝 익으면 밥을 넣고 볶는다. 소금과 후추를 입맛대로 넣어 간한다. 카레가루는 살짝 향이 느껴질 정도로만 넣는게 좋다. -밥이 살짝 익었으면 양파를 넣고 마저 볶는다. -후라이팬채로 퍼먹는다. 역시 별도의 그릇에 덜지 않는게 중요하다.
-계란은 너무 익지않게 양파는 흐물거리지 않고 단맛이 살짝 느껴질정도로 볶는다. -다 먹고난뒤 키친타올에 기름 살짝 묻혀서 후라이팬을 닦아두면 저녁에 또 볶아 먹을수 있다.
너무 달지도 너무짜지도 너무 맵지도 않은(중요!) 소스맛의 밸런스가 마약이라는 칭호에 어울린다. 근데 왜 떡은 두개 뿐인가염.
튀긴만두 잡채만두를 튀긴것인데 약간 딱딱한편인 만두피의 바삭바삭함은 튀김의 한 정점에 도달해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떡볶이 소스에 찍어먹었을때 바삭한 식감과 약간 심심한듯한 당면과 소스가 어우러져 최고의 조합을 이루어 낸다. 왜 이제서야 이것을 맛본다는 생각을 했을까.
인터넷에서 식료품을 주문하는데 1리터에 1000원이라는게 눈에 띄여서 속는셈치고 두병 사봤다. 흔히 파는 캔커피 처럼 다방커피맛 나겠지 하고 별 기대는 안했는데.. 조금 마셔보니 이거 의외로 물건이다. 단맛 전혀없다. 연한 원두커피맛만 날뿐이다. 원두 품종같은건 모르겠지만 내가 딱 좋아하는 연한맛이다. 향은 시간이 지나면 날아가기 마련이니 인공커피향을 조금 쓴것은 애교로 봐주자. 우리나라 캔커피는 다양하지 못하게 다들 단맛인데 이건 그런점에서는 확실히 차별화 될것 같다. 어디서 이런걸 만들었는지 궁금했는데 제조업체는 바로 그 !(ㅂ대학 모검도동아리의 호연하고는 전혀 관계 없다.그래도 다음에 이걸로 놀려야지 ㄲㄲ) 이름에서부터 범상치 못하는 기운이 느껴지는 음료계의 선두주자! 아이디어의 승리! 조용히 잘팔리는 음료인 그 을 만든곳이다. 홈페이지에 들러봤는데 '고객감동을 실현해 나가는 기업, 다르지 않다면 호연당이 아닙니다' 라는 배너가 너무 가슴에 와 닿았다. 생산하는 제품은 오직 '꿀물' 과 이 '커피 키스' 뿐 ㅜㅜ
앞으로 호연당의 성장을 기대한다. 또 다른 참신한 음료로 나를 감동시켜주기를..
덧. 근데 이렇게 팔아도 남는게 있는거냐?;; 아무리 마트용이지만.. 마케팅 잘 해서 180ml캔커피와 350ml미니페트가 대박나야 되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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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을 삶는다 올리브유를 넉넉히 두르고 달군뒤에 마늘을 입맛에 맞게 넣어볶는다. 편이든 으깬것이든 상관없다. 거기에 그대로 불을 좀 약하게 해서 계란을 넣고 스크램블드 에그화 시킨다. 폴 매카트니처럼 예스터데이 멜로디에 '스크램블드 에그'라고 가사를 붙여 노래를 부르면 더 좋다. 면을 넣고 소금 후추 파슬리로 간을 하고 살짝 볶는다.
올리브유의 느끼함을 즐기며 먹는다.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배가 너무 고파서 그냥 먹어버렸다. 정말 배고픈데 먹을것사러 가기 귀찮고 냉장고는 텅텅 비었을때 대충 만들어 먹는 음식이다.
1874년 중국 서남부의 사천성 성도 북문 근처에는 식당들이 즐비했다고 한다. 식당에 출입하는 사람들중에는 짐꾼들이 많았는데 그 중 유채기름을 판매하는 짐꾼들도 있었다. 하루는 한 유채기름 짐꾼이 작은 쇠고기 덩어리를 들고 평소 안면이 있던 천푸춘란 사람의 식당을 찾아왔다. 마침 주방에서 나오는 그의 부인 천리우를 본 짐꾼은 "죄송하지만 돈이 없어 요리를 시킬 수 없으니 이 쇠고기와 유채기름으로 두부를 좀 지져 주시지 않겠습니까?"라고 요청했다. 평소 마음 좋기로 소문난 이 부인은 혀가 얼얼할 정도로 맵고 뜨거우면서도 붇러운 맛을 내는 두부요리를 즉석에서 만들어 줬다. 그 후 이 두부요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았다. 사람들은 이 부인이 얼굴에 곰보 자국이 있어 이 요리를 '곰보부인 두부'라고 불렀다. 중국어의 '마(麻)'라는 글자에는 곰보라는 뜻도 있기 때문에 한자로 이 요리는 '마파두부(麻婆豆腐)'라고 불리게 되었고, 1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식당에는 원조 마파두부를 먹어보려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
곰보자국이 있는 할머니라고도 하는데도 있고 출처는 모르겠음~
마파두부를 좋아해서 가끔씩 먹고 싶어지는 날에는 학교근처의 중화요리점을 한군대씩 찾아가 먹곤한다. 중화요리가게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손님이 짜장과 짬뽕, 볶음밥과 탕수육 정도 말고는 주문하지 않으니 마파두부밥 주세요- 하고 주문하면 이상한 눈으로 한번 쳐다보고는 마파두부는 안된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두부가 잘 상하니까 재고관리가 힘들고, 시키는 사람도 없는데 재료 새로 손질해서 볶기 귀찮고 해서 팔지 않는 거겠지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생한 낙이 있어 발견한 멋진가게가 바로 정문앞의 금룡반점. 매운 고추짜장을 주메뉴로 하는 가게이다. 어느 흐린날 지하의 가게로 내려가 메뉴를 보니 마파두부는 2인분에 8000원 1인분 5000원에 판다고 되어있었다. 역시 마파두부는 1인분씩 팔아서는 수지가 안맞는 것이겠지. 아주머니를 불러 마파두부 주세요 하니까 이상한 눈으로 한번 쳐다보더만 알았고마 하신다. 한 5분쯤 뒤에 밥이 다 떨어져서 좀 기다려야 되는게 괜찮겠냐고 물어보셨다. 그때 배가 좀 고팟지만 다른데 가기도 귀찮아서 가져간 책을 읽으며 느긋히 기다리니 주방에서 뭔가 볶는 소리가 한참 들려오더만 가게집 딸이 요리를 내어왔다. 밥도 마파두부도 한가득이다. 같이 나온 짬뽕 국물에도(계란국을 더 좋아하지만) 건더기가 가득이다. 곱배기보다 많다. 여자라면 두명이서도 충분할 양이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당연한 말이지만 무지 맛있었다. 계산을 하려고 하니 늦어서 미안하다며 500원을 깍아주었다. 나가면서 주방을 맡은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러닝만 걸치시고 아직도 땀을 흘리고 계셨는데 그 순간 우리는 통했다- 최선을 다해 음식을 만든 주방장과 최선을 다해 맛있게 먹은 손님으로서-고 나혼자서 멋대로 생각했다. 그 뒤에 두어번 더 갔는데 나를 알아보는 눈치다. 양은 여전히 많이 준다. 마파두부 시키는 손님이 나밖에 없나보다.
정문 버스정류장의 앞의 화교가 하는 중화요리점의 마파두부밥은 마요네즈에 밥과 간장을 비빈것도 아무렇지 않게 먹는 나에게도 제법 느끼한 편이지만 맛있었다.
몇군대의 가게를 더 찾아다니다가 마파두부밥에 조금 시들해진 어느 날, 마파두부밥계에 혜성 처럼 나타난 자금성이 있었느니 구정문 중국집계의 1000원 짜장들 중에서도(우리학교 구정문의 짜장은 전부 1000원이다)단연 으뜸이었는데, 점포이전을 하고 난 뒤로 아침메뉴(짬뽕밥등)라던가 호빵과 아이스크림을 판다던가 하는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었지만 짜장을 1000원에 안 팔아서 별로 좋지않게 보고 있었다. 최근 자주 가는 미가반점(싸고 양많고 맛있음, 북문 중국집계의 지존)의 볶음밥이 먹고 싶어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가게앞에 붙여둔 메뉴판에 마파두부밥 2500원 곱배기 3000원이 눈에 띄였다. 별생각 없이 가다가 다시 돌아와서 마파두부 곱배기를 시켰다. 의외로 빨리 나왔다. 그럭저럭 괜찮은 맛이었고 맜있게 먹었지만그건 내가 생각한 마파두부밥이 아니였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중화요리답게 단번에 볶아낸 이미지의 그것인데 이건 뭐 국물이 자작하고 두부도 으깨져 있고 기름기도 거의 없는게 미리 한솥 끓여둔걸 퍼서 준 느낌. 인스턴트 소스로 파는 마파두부보다 못했다. 이 가격이니 어쩔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쉬워서 그 뒤로는 자금성에는 가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오늘 어떤사람의 중국여행기의 마파두부밥의 사진을 보면서 -어느 식당에는 파는 그 사진속의 마파두부는 자금성의 마파두부와 매우 닮아있었다- 나는 깨달았다. 두부가 으깨져 있던, 완벽한 정육면체로 볶아져 있던, 요리왕 비룡처럼 팬더가 춤을 추건, 육수가 많건 적건, 모두가 마파두부라는것을. 얼굴에 곰보자국이 있는 부인의 착한 마음씨를 기억하는 한은 중국집 수만큼의 마파두부들이 있는것이다. 이 시간에 먹는 얘기 썻더니 배가 고프다. 내일 점심은 화해기념 자금성 마파두부 곱배기다.
덧. 자금성이라는 중국집 이름은 어느 지역에나 있는것 같다. 제일루와 제일반점도. 덧2. 단기목표는 얼마전에 코스요리를 얻어먹었던 킹옌의 마파두부밥. 여기는 정통퓨전중화요리를 표방해서 짜장면을 팔지 않는다. 그런데 정통과 퓨전이 같이 쓰일수 있는건가.. 덧3. 중장기목표는 초량 외국인 상가의 마파두부밥! 이쪽의 화교가게들이 끝내주는 가게가 많다던데 하나씩 돌파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