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파두부를 좋아해서 가끔씩 먹고 싶어지는 날에는 학교근처의 중화요리점을 한군대씩 찾아가 먹곤한다. 중화요리가게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손님이 짜장과 짬뽕, 볶음밥과 탕수육 정도 말고는 주문하지 않으니 마파두부밥 주세요- 하고 주문하면 이상한 눈으로 한번 쳐다보고는 마파두부는 안된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두부가 잘 상하니까 재고관리가 힘들고, 시키는 사람도 없는데 재료 새로 손질해서 볶기 귀찮고 해서 팔지 않는 거겠지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고생한 낙이 있어 발견한 멋진가게가 바로 정문앞의 금룡반점. 매운 고추짜장을 주메뉴로 하는 가게이다. 어느 흐린날 지하의 가게로 내려가 메뉴를 보니 마파두부는 2인분에 8000원 1인분 5000원에 판다고 되어있었다. 역시 마파두부는 1인분씩 팔아서는 수지가 안맞는 것이겠지. 아주머니를 불러  마파두부 주세요 하니까 이상한 눈으로 한번 쳐다보더만 알았고마 하신다. 한 5분쯤 뒤에 밥이 다 떨어져서 좀 기다려야 되는게 괜찮겠냐고 물어보셨다. 그때 배가 좀 고팟지만 다른데 가기도 귀찮아서 가져간 책을 읽으며 느긋히 기다리니 주방에서 뭔가 볶는 소리가 한참 들려오더만 가게집 딸이 요리를 내어왔다. 밥도 마파두부도 한가득이다. 같이 나온 짬뽕 국물에도(계란국을 더 좋아하지만) 건더기가 가득이다. 곱배기보다 많다. 여자라면 두명이서도 충분할 양이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당연한 말이지만 무지 맛있었다. 계산을 하려고 하니 늦어서 미안하다며 500원을 깍아주었다. 나가면서 주방을 맡은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러닝만 걸치시고 아직도 땀을 흘리고 계셨는데 그 순간 우리는 통했다- 최선을 다해 음식을 만든 주방장과 최선을 다해 맛있게 먹은 손님으로서-고 나혼자서 멋대로 생각했다. 그 뒤에 두어번 더 갔는데 나를 알아보는 눈치다. 양은 여전히 많이 준다. 마파두부 시키는 손님이 나밖에 없나보다.

정문 버스정류장의 앞의 화교가 하는 중화요리점의 마파두부밥은 마요네즈에 밥과 간장을 비빈것도 아무렇지 않게 먹는 나에게도 제법 느끼한 편이지만 맛있었다.

몇군대의 가게를 더 찾아다니다가 마파두부밥에 조금 시들해진 어느 날, 마파두부밥계에 혜성 처럼 나타난 자금성이 있었느니 구정문 중국집계의 1000원 짜장들 중에서도(우리학교 구정문의 짜장은 전부 1000원이다)단연 으뜸이었는데, 점포이전을 하고 난 뒤로 아침메뉴(짬뽕밥등)라던가 호빵과 아이스크림을  판다던가 하는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었지만 짜장을 1000원에 안 팔아서 별로 좋지않게 보고 있었다. 최근 자주 가는 미가반점(싸고 양많고 맛있음, 북문 중국집계의 지존)의 볶음밥이 먹고 싶어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가게앞에 붙여둔 메뉴판에 마파두부밥 2500원 곱배기 3000원이 눈에 띄였다. 별생각 없이 가다가 다시 돌아와서 마파두부 곱배기를 시켰다. 의외로 빨리 나왔다. 그럭저럭 괜찮은 맛이었고 맜있게 먹었지만그건 내가 생각한 마파두부밥이 아니였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중화요리답게 단번에 볶아낸 이미지의 그것인데 이건 뭐 국물이 자작하고 두부도 으깨져 있고 기름기도 거의 없는게 미리 한솥 끓여둔걸 퍼서 준 느낌. 인스턴트 소스로 파는 마파두부보다 못했다. 이 가격이니 어쩔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쉬워서 그 뒤로는 자금성에는 가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오늘 어떤사람의 중국여행기의 마파두부밥의 사진을 보면서 -어느 식당에는 파는 그 사진속의 마파두부는 자금성의 마파두부와 매우 닮아있었다- 나는 깨달았다. 두부가 으깨져 있던, 완벽한 정육면체로 볶아져 있던, 요리왕 비룡처럼 팬더가 춤을 추건, 육수가 많건 적건, 모두가 마파두부라는것을. 얼굴에 곰보자국이 있는 부인의 착한 마음씨를 기억하는 한은 중국집 수만큼의 마파두부들이 있는것이다. 이 시간에 먹는 얘기 썻더니 배가 고프다. 내일 점심은 화해기념 자금성 마파두부 곱배기다.

덧. 자금성이라는 중국집 이름은 어느 지역에나 있는것 같다. 제일루와 제일반점도.
덧2. 단기목표는 얼마전에 코스요리를 얻어먹었던 킹옌의 마파두부밥. 여기는 정통퓨전중화요리를 표방해서 짜장면을 팔지 않는다. 그런데 정통과 퓨전이 같이 쓰일수 있는건가..
덧3. 중장기목표는 초량 외국인 상가의 마파두부밥! 이쪽의 화교가게들이 끝내주는 가게가 많다던데 하나씩 돌파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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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소. 주방장은 그대론데 맛이 없다. 양도 너무 적다.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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