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삑 씨로부터 홍당무에게

홍당무야
오늘 아침에 너의 편지를 받고 상당히 당황했다. 몇 번씩 읽어 보았지만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었다. 평상시의 네 문장과도 다르고 그 내용도 이상야릇해서 아무리 봐도 내가 썻다고 생각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항상 너는 잡다한 일들을, 이를테면 성적이라든가 선생님들의 좋은 점과 나쁜 점, 새친구의 이름, 내의가 어쩌니저쩌니, 잠을 많이 잤느니 못 잤느니 밥맛이 있느니 없느니 하는 것들을 썻었지 않니?
사실 내가 알고 싶은 일은 바로 그런 일이다. 그런데 오늘 편지는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왜 이 추운 겨울에 봄 이야기를 했니? 도대체 무슨 뜻이지? 혹시 목도리가 필요한 것 아니냐? 날짜도 적지 않았고, 나한테 보낸 것 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한테 보낸 것인지 조차도 쓰지 않았더구나, 글씨체도 다른 때하고 다른 것 같고 행수라든가 대문자 수도 달라서 그저 어리벙벙할 뿐이구나. 보아하니 장난을 친 것 같은데 그렇다면 놀림을 받는 것은 바로 네가 될 것이다. 나는 너를 꾸짖고 싶은 생각은 없다만 그래도 주의는 주고 싶구나.

너를 사랑하는 아빠로 부터

홍당무의 답장

쥘 르나르,홍당무, 홍당무가 르삑 씨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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