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와서 챙겨갈 것이 있어 잡동사니를 뒤적거리다가

옛날 앨범을 봤는데

어릴적부터에 종종 꺼내서 보곤 했던 사진 앨범들 중에

아버지 앨범이 있었는데

거기에 있는 사진중에
 
사진이 걸린 벽 앞에  한 남자가 서 있는 사진이 있는데

나는 막내삼촌을 닮은 이 잘생긴 남자가 누군가 늘 궁금했었는데

오늘 보니까 우리 아버지시더라.

작지만 단단해 보이는 체구에 나팔바지를 입고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이 잘생긴 총각이 우리 아버지였구나.
(그러고 보니 정말 막내삼촌이랑 우리 아버지 젊으실 적이랑은 닮았다.)

젊은 아버지는 나팔바지와 자켓이 무척 잘 어울렸다.

죽 넘기다 보니

어느 순간 젊은 아버지가 어린 나와 내 동생을 양팔에 끼고 해수욕장 모래사장에

앉아 있는 사진이 나오는데

그때 나는

아 이렇게 아버지는 우리를 키우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와 동생의 어릴적 사진을 봤는데

내 동생이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들은 어릴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사진 찍기 귀찮은데 왜 찍느냐는 듯이 귀찮아 보이는 표정이고

내 사진은 어릴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정색하며 어색하게 웃고 있구나.
참고로 내 갓난아기적 사진은 내가 봐도 정말 귀엽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까지는 살이쪄서 부끄럽지만--;

어머니는 젊으실적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굉장한 패션센스를 자랑-


집에 어릴적부터 찍은 사진이 많아서 좋다.

언젠가 그 사진들을 전부 다시 정리한다고 앨범에서 빼서 통에 담은뒤
 다시 앨범에 꽃는다고 하려다가 그만둔적이 있었는데

사진 정리 못하는건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것 같다-_-;

어릴적일을 생각해보면 지금생각해도 얼굴이 새빨게 지는 일이 여럿이었는데
어릴적일은 어릴적이고 지금은 지금이니까 다행이긴

하지만
 그런 과거가 있었기에 지금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늘 모든것들에 서툴러서
혼자서 궁리를 하고 연습을 한 후에야 능숙하게 익혀 자랑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정신없이 만화에 빠져있었던 적도 있긴 했지만
모든 일들에 특별히 좋고 싫음에 대한 구별과 취향이 없었는데

지금은 무언가에 깊이 빠지는 일이 잘 없이,
모든일에 호오가 분명하다.

내가 좀더 나이가 들면
좋은것도 싫은것도 전부 껴안고 갈 수 있을까.

지금보다 더 많은것들에 대하여 그 이치를 깨달아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할 수 있을까.

이제 이십대 후반, 내 얼굴은 어떻게 변해 갈까.
마흔살 뒤의 내 얼굴은 어떨까.

그리고 그때 내 옆에는 누가, 어떤 사람들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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