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커먼 남정네 세명이 아침부터 P모 대학교 중앙도서관을 급습-  학원홍보용 파일을 뿌렸다. 처음에는 이거 공부에 방해되는게 아닌가-하고 조금 주저했지만 공부하다 지루하던 참이었던 사람들의 반응에 힘입어서 나중에는 최대한 빨리 주고 가는게 낫다는 생각에 휙휙휙- 1초에 세장을 책상위에 소리없이 뿌리는 경지에 이르렀다.

잠시 학생들의 유형분석
1. 자는사람-깨어서 부끄러운지 공부하는척 하는 사람과 안깨는 사람으로 나뉜다.
2. 심심하던차에 잘됬다면서 나를 구경하는 사람
3. 신경안쓰고 열공
4. 왜 나는 안주냐는 표정으로 보는 사람- 두개 줬다
4. 이거 찢어져서 그런데 좀 바꿔주세요- 두개 줬다
5. 정말 기쁜 표정을 지으면서 감사합니다 하고 꾸벅 인사하던 여학생 - 안아주고 싶었지만 꾹 참고 한 개 더 줬다.

중도일을 마친뒤에 정문에서 잠시 나누어 주다가 법대 도서관도 가고 연구도서관도 가고 학교내의 전 도서관에 파일4000개 를 뿌렸다. 일 마친후에는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잠시 휴식한 후 두번째일을 했다.

일주일에 두번 두시간씩 학교내에 학원포스터를 붙이는 일인데 빨리 하면 한시간정도만에 해치울수 있다. 한창 일하는데 동업자가 보여서 인사를 했는데, 이사람, 원래 고시학원사무 보는 사람인데 끌려나왔다고 울상이다. 어디에 붙여야되는지 모른다고 해서 심심하던차에 같이 다니면서 담소를 나누면서 일했다. 나도 나름대로 베테랑이니(한시간만 해보면 모두가 베테랑)벽보부착의 노하우를 전수해주었다. 나름대로 치열한 벽보알바의 세계에서-자리가 없으면 벽보위에 벽보를 덧붙이는 그런 비정한 판이다- 피어난 짧은 사제간의 우정이었다. 일 마치고 따뜻한 겨울햇살을 함께 맞으면서 내려가는길에 핀 말보로레드는 최고였다.

'작은 방, 일기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선투표  (2) 2007.12.19
이제 거의 다..  (0) 2007.12.18
무의미  (3) 2007.12.07
횡재  (3) 2007.12.06
프링글스의 변절  (3) 2007.12.0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