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추적 내리는 장마비 소리를 들으며 넷서핑으로 시간을 때우고 있는데 병철(24세, 테니스로 다져진 우람한 허벅지의 소유자)이가 무료함을 이기지 못하다 잡은 PS2용 게임 데빌메이크라이 삼편을 약 24시간만에 클리어하고 낸 소리였다. 아니 사실 무슨 소리를 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반년이나 전의 일이니까. 확실한것은 사흘째 일기예보만 확인하고 있던 우리는 이대로 떠나지 못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작은 방 안에서 조금씩 썩어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여행이고 뭐고 때려치우고 그냥 너 휴가 끝날때까지 방에서 술이나 진탕 퍼마실까 하는 농담을 하니 병철이가 흐흐하고 웃었다. 내일 부산이 물에 잠기는 한이 있더라도 꼭 출발하기로 했다.
슬슬 시즌이고 해서 몸도 풀 겸 당일치기로 어디론가 다녀오기로 했다. 때마침 청도 소싸움축제기간이라 청도를 선택했는대 그것이 비극의 시작일줄이야 누가알았으ㄹ...
샵에 들러 물통게이지를 달고 출발- 반팔이라 바람이 약간 쌀쌀한듯 했지만 볕이 따스해서 탈만했다. 슬슬 가다보니 와인터널이라는 표지판이 보이길래 들렀더니..
조명장식
이런 별천지가 나온다. 사용안하는 터널을 와인저장고로 사용하고 있었다. 청도에서 나는 감으로 만든 와인을 팔고 있었는데 마실만했다. 막힌 터널이라 내부는 습했다. 선선한 여름 저녁에 들어가서 한잔 마시면 꽤 괜찮을 듯 했다. 관련사이트http://www.gamwine.com/tunnel/t1.php
가는 길에 청도 소싸움축제에 들러서 한경기 보고 가려고 했으나 첫째날이라 그런지 차도 막히고 사람도 많고 결정적으로 입장료가 5,000원이라 발걸음을 돌렸다. 진주에 있을때는 소싸움 같은건 자전거타고 지나가는길에 잠시 들러서 한가하게 보곤해서 이런 분위기는 왠지 그랬다. 원래 장날에나 하고 했으니 이런 분위기가 당연하겠지만 내가 기억하는 소싸움은 그랬다.
청도는 한가했다. 원래 한가한 동네일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사람들이 거진 소싸움을 보러가서 시내는 텅텅 비어 있었다. 시장에 들러서 국밥 한그릇 먹는데 국한그릇에 소주 한병 시켜놓고 시간을 보내는 어르신들이 좀 있었고, 좀있다가 온 아저씨는 소주한병을 시켜놓고는 카운터위에 술병을 놓고 마시면서 옆에 있는 식당의 험담을 했다. 옆집 식당 아주머니가 와서 드세게 항의하며 시끄러워 질때쯤에 나왔다.
역앞에서 감말랭이(곶감과 비슷하게 감을 말린것)를 한봉다리 사서 먹으면서 좀 둘러보는 중에 도서관 팻말이 보이길래 가보는길에 마트앞에서 자전거 여행자 두명이 보였다. 등에 커다란 배낭을 메고 이것저것 주렁주렁 메달고 피부가 뽀얀 모양새를 보니 초짜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까지 가냐고 물어보니 군대전역하고 나서 정처없이 돌아보려고 한단다. 목적이 없는건 좋지만 준비는 좀 더 알아봤으면 좋았을걸.. 몸이 좀 더 고생하면 될일이긴 하지만 그들의 원활한 여정을 위해 빨리 짐받이를 살것을 권하고 생각나는대로 몇가지를 충고해 주었다.(짐을 최대한 줄이고, 안전이 제일 중요, 전라도가 둘러보기 좋다는 둥)오늘 출발해서 밀양까지 간다고 해서 순간 같이 가고 가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참았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통성명을 하고 같이 갔겠지만 지금 그들과 나는 여행의 속도가 다르다. 조심해서 다니라고 하고 헤어졌다. 잠깐 마주친 사이지만 왜 그리 아쉬웠던지 두번이나 더 뒤돌아 보았다.
소싸움은 못찍었지만 청도에 있던 동상은 찍었다.
새로운 동반자
적당히 쉬다가 학교앞 분식점에서(무려 털보네 럭셔리 분식)핫도그를 하나 사먹었는데 초등학교때 가끔 먹었던 '켄터키 핫도그'맛이 났다. 종이 포장안에 싸여 있는걸 전자렌지에 돌리면 싸구려 소세지냄새와 고소한 빵냄세가 진하게 식욕을 돋우고.. 한입 먹으면 따끈하고 눅눅하고 약간 단 빵껍질이 부드러운..
귀여운 버스 정류장
딱히 더 돌아볼곳도 없어서 집으로 향했다. 역에서 받은 관광용 지도를 보고 갈길을 정한것이 오늘의 고생문이었다. 관광용 그림지도라 내가 선택한 지방도는 간략하게 그려져 있길래 그런가 보다 하고 갔다. 첫번째 오르막은 그럭저럭 힘내서 넘었다. 문제는 두번째였다. 지방도가 지방도인 이유는 길이 험하기 때문이다. 국도는 대부분 평지로 다니고 왠만하면 굴곡을 주거나 터널을 뚫지만 지방도는 그런거 없다.
사정없이 뻗은 오르막에 자전거를 좀 타다가 좀 걷다가 쉬다가의 반복이었다. 생각해보면 예전의 체력이였으면 힘들어도 그럭저럭 넘었을것 같은데 지금은 1년이나 쉬었고 기어도 높아서 고전했었다. 내리막길로 경사가 가파르기 마찬가지여서 브레이크 잡기 급했다.
내리막 뒤로는 별다른 일없이 봄을 느끼며 설렁설렁 집으로 왔다. 집에 오니 계속 목이 마르고 배가 고파서 잘먹고 잘 쉬고 싶었지만...컴퓨터를 손보느라 늦게 잤다. 몸이 흥분해서 잠이 안오기도 했다.
비를 걱정하며 잠들었는데 다행히 아침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집근처 식당에서 밥을 사먹고 경주를 향해 출발. 부산에서 경주까지는 몇 번이나 가본 코스라 지도도 필요 없다. 부산에서 양산을 거쳐 언양을 통해 경주까지 가는 길은 거리가 80km 정도, 오르막도 10분 내외의 짧은 것 두 개 뿐인 평탄한 길이라서 첫날코스로는 제격이다. 비만 안온다면야...
언양의 초등학교 벤치에 누워서
양산으로 넘어가는 오르막입구에 도착하니 기다렸다는 듯이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작년과 똑같다. 짐에 방수조치-준비해간쓰레기봉투에싸맨다-를 한 뒤 속으로 욕을 해가며 올라가기 시작했다. 내려갈때는 전부 흠뻑 젖어서 질퍽질퍽해졌다. 비는 우리를 따라왔다. 비가 쉬고 조금 날씨가 좋아져서 좀 쉬었다 갈라치면 어김없이 내리기 시작했다. 초등학교에서 밥을 해먹고 나서도 그랬고 짬짬이 쉴 때도 그랬다. 북쪽으로 도망쳤던 우리는 결국 경주에서 비에 따라잡혔다.
비를 맞고 달려 젖은 날은 찜질방에서 잘 쉬는게 좋다. 경주에 도착하니 시간이 제법 일러서 첫날은 무리하면 안좋음에도 불구하고 -일정이 빠듯하고, 의외로 지용이가 잘 달리고, 비때문에 관광은 포기, 이왕 젖은것 경주에서 포항까지는 얼마 안 되- 하는 이유로 좀 더 달려서 포항에서 묵기로 했다.
비가 좀 멎었다 싶어서 탈해릉에서 양갱을 먹으며 쉬었다가 출발했다. 그리고 20분 뒤부터는 폭우속에서 옆에 트럭이 한대 지나갈때마다 말 그대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물을 뒤집어 쓰는 사태가 연이어 발생했다. 이미 길로 나서서 돌아가기도 그런 위치. 낙장불입을 생각하며 내가 수영을 하는건지 자전거를 타는건지 구분하려고 노력했다. 긍정적인 사고를 잃지 않으려고 했다. 시원한것이 찌르는 듯한 땡볕에서 땀을 한말씩 흘리는 것보다 낫지않은가-아마 땡볕이었다면 적어도 비맞는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할것이다.
자전거 여행을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무섭지 않냐고 물어본다. 무섭다. 차에 치여 내장을 드러낸체 길바닥에 누워있는 생명들을 볼때마다 나도 조금만 실수하면 저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펑크가 무섭다. 국도가 무섭다. 짐을 수십톤씩 싣고 질주하는 트럭이 그 풍압에 나를 휘청거리게 하는게 무섭다. 운전자들의 시야를 흐리게 하고 바퀴를 미끄러트리는 비가 무섭다. 60킬로로 달리게 해주지만 돌 하나만 잘못 밟으면 공중부양을 체험하게 해줄 내리막이 무섭다. 집에 있었으면 사고확률도 낮고 편했을 것을. 나는 왜 나섰을까.
뒤에 누군가 따라오고 있다는 생각이 나의 반을 지탱했다. 혼자였다면 절대로 달릴수 없었던 시간들을 지나 포항에 도착했다. 비는 멎어있었다. ㅅㅂ 물어물어 찜질방을 찾고 어디에나 있는 여행자들의 친구 김밥천국에서 저녁을 먹었다. 씻고 빨래를 하고 일기예보를 봤지만 내일 날씨를 걱정하며 힘들게 잠들었다.
기상청은 언제나처럼 사상최악의 더위가 올것이라 했지만 장마가 일찍 와서 늦게가고 그 뒤로도 자주 비가 내려서 여름같지 않은 여름이었다. 몽골행을 취소하고 한자공부에 7월 한달을 다 바친 뒤, 슬슬 더워지려는 8월은 도서관에서 이런 저런 책들을 읽으며 지내다 조용히 여름을 넘기겠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떠나고 싶은 마음은 고양이처럼-언제왔는가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다가와 나를 감쌋다. 작년에 가지 못했던 동해안이 아쉬워서일까, 여행간다는 친구에게 같이가자고 연락하고 고양이를 맡아줄 후배를 포섭하고 부족한 장비몇가지를 사고 코스를 정하고 등등 모든준비들을 하루저녁사이에 해치웠다. 남은것은 친구가 부산으로 오는것과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코스는 부산에서 동해안을 따라 올라가서 적당히 내륙을 타고 내려오는 코스. 정말 별 생각없었다. 그저 바람을 맞으며 달릴수만 있다면 즐겁게 달릴수 있다는 좋겠다는 생각말고는.
덧.작년 여행기는 결국 쓰지 못했는데 혹시 기대하셨던 분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을 올립니다. 언젠가는 쓰겠습니다. 일단 저번주의 이야기 부터 잊어버리기 전에-
눈이 일찍 떠졌다. 첫날부터 제법 달린데다가 딱딱한 찜질방 수면실 바닥에 아무것도 안깔고 자서 그런지 몸이 찌뿌둥했다. 채비를 하고 나섰는데 배가 너무 고파서 근처의 김*천국에서 라면과 김밥으로 요기를 했다. 근처에 있는 도서관 구경을 하려고 했지만 개관시간이 한시간이나 넘게 남아서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경주도서관은 황성시민공원과 이어져있는 멋진 기와지붕건물인데, '평지'에 '공원옆'에 도서관이 자리잡고 있다는것이 제일 맘에 들었고 또 도서관앞에 죽 세워져 있는 자전거들과 자전거펌프가 맘에 들었다. 우리나라 도서관들은 어째서 한적하고 전망좋은곳에 자리잡고 있는지..역에 들러 관광지도를 얻어서 오늘 코스를 점검하고 첨성대 주변을 잠깐 둘러보았다.
시가지를 달리는데 갑자기 보이는 이름 없는 고분.. 너무나 경주다운 모습에 한참을 바라보았다.
천마총근처 기와지붕집 담벼락의 그림, 기와관리가 잘 되어있고 같은 그림들이 간간히 보이는걸로 봐서 시에서 관광지주변의 집들을 손 본거겠지. 경주에는 그렇게 높은 건물이 없었다. 역 주변의 시가지에도 그렇고 관광지 주변은 더욱 더. 경주가 더 발전하지 않는 이유가 땅만 파면 유적이 나와서 그렇다던데 정말 곳곳에서 발굴조사가 한창이었다. 경주시민들께는 미안하지만 나는 지금의 경주가 딱 좋다. 낮은 지붕, 구불구불한 골목, 생활속에 있는 1000년전의 흔적..
첨성대를 보았다. 어릴적에 부모님들과 같이 왔던것이 아직도 기억나서 그런지 왠지 나이 든 모습이었다. 들어가려다가 입장료도 있고해서 담너머로 살짝 훔쳐만 보았다. 첨성대의 역할에 관해서는 아직도 여러가지 설이 많은데, 저렇게 보고만 있어도 좋은 이쁜 모양이라면 어떻게 사용했던지 다들 즐겁게 첨성대를 사용했을것 같다.
보문호쪽으로 향했다. 보문호수 아래쪽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왠지 길이 좀 힘들고, 보여야할 건물이 안보이고. 호수가 왼쪽에 나타나지 않는다 싶더니 오른쪽에 호수가 펼쳐졌다. 위쪽으로 돌아왔구나싶었다. 분명히 확실히 길을 따라왔다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위쪽으로 돌아온건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호수를 지나 산길로 접어들었다. 엄청난 오르막길의 연속인데 피로가 덜 풀려서 제법 힘이들었다. 언제 오르막이 끝날지 모를것 같아 길가의 포장마차에서 잠시 쉬었다. 물을 좀 얻고 처음으로 칡즙을 마셔봤다. 쓰고 흙냄새가 좀 났지만 싫지않은 맛이었다.
터널을 통과하여 평지를 얼마간 더 달린뒤 골굴사에 도착했다. 절벽을 깍아만든 불상과 동굴안의 동굴속의 불당을 보고 물을 좀 마시고는 쉬었다. 템플스테이중인 외국인과 나란히 앉아서 약간 대화를 나누고는 함께 절집 개를 지켜보았다. 쟤들은 뭘먹고 살까, 절집개라서 그런지 되게 얌전하구나, 점심은 어떻게 먹지 등을 생각하면서 쉬었다.
마음에 드는 길을 달려서 조금만 더 가니 기림사였다. 아침에 돈을 인출하는걸 깜빡해서 수중에는 몇백원밖에 없는데 입장료는 2000원정도 해서 매표소에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그냥 들어가게 해주셨다.
부처님이 수련했던 기원정사의 숲(기림)을 딴 기림사는 유서깊고 보물도 많아 규모가 제법 큰 편이었지만 추천해준 친구의 말처럼 한가로운 느낌이 무척 았다.(절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찬찬히 둘러보고 싶었지만 배가 무척 고팟기때문에 스님을 붙들고 점심공양 한끼 얻어먹을수 있을까 하고 여쭈었더니 저어쪽-공양간에서 알아서 먹으라신다. 단체 관광객들 사이에 슬쩍 끼어서 밥을 먹고는 기분좋게 절간을 거닐었다.
절을 나오니 졸음과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벤치에 누워 잠시 눈을 붙였다. 사람들이 나를 보고 뭐라고 한마디씩 하는것 같았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달게 잔뒤 기운차게 출발! 하려고 했으나 자고 일어난 뒤라 그런지 배가 고팟다. 밥먹은지(그것도 두그릇가득) 한시간도 안 지났는데..할수 없이 양갱을 하나 먹었지만 계속 허기가 졌다. 그래도 경주까지 어떻게든 가보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저 멀리 자그마한 간판이 보였다. 옛날 찐빵,만두 5km. 자전거 여행을 떠나서야 국도변에 손짜장가게와 찐빵가게가 얼마나 많이 있는지 몸으로 깨달을수 있았다. 항상 배고픈 자전거여행객에게 합리적인 가격의 손짜장가게와 찐빵등의 행상들은 치명적인 유혹이다. 4km...3km..2km..1km..여기까지는 버틸수 있었다. 하지만 200미터 단위로 간판이 나오기 시작한 순간 인내심은 한계에 도달했다. 남은 동전들을 다 뒤져보니 천원조금 넘게 나왔다. 2000에 6개파는 찐빵을 1000원어치 사서 두개는 먹고 하나는 나중을 위해 남겨두었다.
삼선도아니고삼촌도아닌삼손,경주변두리의가게
배도 부르고 느긋하게 달려가는데 허브랜드란게 보였다. 지도에는 안 나오는 곳이였다. 대중교통으로 다녔다면 있는 줄도 몰랐겠지. 슬슬 오르막도 나올것 같아서 한창 더울 시간도 피하고 구경도 할 겸 들렸다.
나름대로 머리를 써서 더운 시간을 피한다고
들렀지만 가족관광객들과 커플들의 천국에서 쫄바지에 쫄티를 입을 사람이 혼자서 버티기는 쉬운일이 아니였다. 그래서 적당히 쉬었다고 생각하고 출발하며 시간을 봤는데 오후 2시,가장 더울시간이다-_- 거기에 처음으로 넘어보는 엄청난 언덕길. 학교뒤의 금정산성가는길은 비교도 안되는것 같다. 노래도 불러보고 욕도 해보다 결국에는 나를 탓했다. '겨우 이정도 고갯길에서 힘들어하면서 여름에 강원도에 갈생각을 했더냐..'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곳에서는 절대 자전거를 끌지 않는다는 여행신조를 지키느라 몇번 쉬긴했지만 그럭저럭 산등성에 오를수 있었다. 좀더 달리니 석굴암과 불국사로 나뉘는 길 윗편에 정자가 있어서 잠시 쉬려고 올라갔는데 이미 관광객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래도 들어가서 한자리 잡고 물을 마시고 있으니 내가 자전거를 타고 오는 걸 본 어르신들이 회를 권한다. 당연히 사양 않고(노렸습니다-) 먹고 소주도 한잔 마시고 어르신들의 소시적 여행이야기도 들어드리고.. 배도 든든하게 잘 쉬었겠다, 석굴암으로 향하는데 앞에 져지를 입고 자전거를 탄 사람이 보였다. 여행객인가 싶었는데 그냥 운동하러 온 사람이었다. 먼저갑니다-하고 가볍게(사실은 조금 힘들었..) 추월해주었다.
석굴암은 비쌋다. 입장료가 4000원이나 하다니.. 어차피 돈도 없었서 그냥 돌아갈까 하다가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표 받는 아저씨게 이러저러하다고 설명을 드렸더니 살짝 들여보내주신다. 사람많은 길을 슬슬 걸어서 석굴암에 올랐다. 석굴암앞에서는 문화재 해설사가 입심좋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보존창 앞에도 사람이 잔뜩있었다. 어릴적에 왔을때의 기억은 잘나지 않았지만 왠지 그때로 되돌아간 기분이었다. 창앞에 서서 십분정도 불상을 멍하게 쳐다보았다. 보면 볼수록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 소름이 돋았다. 합장을 세번하고 뒤돌아보지 않고 자전거로 갔다. 표받는 아저씨께 고맙다고 양갱을 하나 드리고 불국사길로 향했다. 구불구불한 내리막길을 한참 내려오면서 브레이크가 다 닳지 않을까 하고 걱정을 했다. 불국사에 들어가려는데 역시 입장료가 있었다. 요령도 붙고 해서 한번더 들여보내달라고 부탁 할까 하다가 저녁도 먹어야 되고 잘곳도 찾아야 해서 근처 민박촌으로 내려가서 돈을 찾았다. 민박하시는 아주머니께서 묵어가라 권했지만 비싸서 그냥 찜질방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한참 경주쪽으로 달리다 보니 불국사 생각이 났다. 불국사 가려고 돈 찾아놓고서는..
처음 경주올때 봤던 광고영상박물관이 보여서 들렀다. 입장료가 없다는말에 즐거웠다. 다시다 광고를 맡고있는 감독이 관장이고 경주대학에서 운영하는 곳이라는데, 하나의 광고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대로 재현해서 보여주는것이 이해하기 좋고 알찬 구성 이었다.
저녁은 사치를 좀 부리기로 했다. 불국사 근처에서 아이스크림 팔던 아저씨에게 경주에서 맛있는 가게를 물어봤었는데 천마총 근처의 쌈밥가게와 해장국거리의 해장국이 그렇게 맛있댄다. 저녁은 쌈밥, 내일 아침은 해장국으로 정하고 쌈밥가게를 찾아갔다. 구로쌈밥과 삼포쌈밥이 유명하다는데 구로쌈밥은 한명은 안된다고 해서 삼포로 갔다. 주문하고 앉았는데 뭔가 혼자 먹기 미안할 정도로 많이 나온다. 그래서 즐겁게 천천히 꼭꼭 씹어 거의 다 먹었다.
어디에서 잘까 잠시 생각하다 그냥 어제 잤던곳에 다시 가기로 했다. 카운터 직원이 나를 알아보고는 반갑게 맞아주었다.
튼튼한 자물쇠
4단접이식 강철자물쇠, 왠만한 절단기로는 잘리지 않는다.
단점은 제법 묵직하다는것, 야간발광등*2
피치못할 야간주행시의 안전확보
헬멧뒷부분에 부착한다. 도로용 타이어 IRC Metro2
폭이 좀 좁고 매끈한 도로용 타이어.
평균속력5Km정도의 속도 향상 효과가 있다고 한다
펑크가 잘나니 도로의 턱을 조심할것. 핸들그립 Ergon MR1
인체공학적 설계를 해서 편하고, 짧은 핸들바도 달려있어 다양한 자세로 주행가능한 핸들그립.
장시간 주행시 손저림 방지! 짐받이+고정용끈 속도계 Cateye Enduro8
주행속도와 거리를 체크해서 페이스 조절 전조등 Cateye HL-EL210
야간운행시,밤에는 후레쉬 대용 휴대용펌프
짐을 많이 실어야 하니 타이어압력은 약간 높게. 페니어 도이터 RACK PACK Ⅰ40L
짐받이 양옆에 설치하는 자전거 여행용 가방 장기간 여행시 필수품 핸들바에 설치하는 가방 Topeak HB Bag
귀중품보관,자전거를 두고 행동시 항상 휴대 휴대공구 육각렌치.드라이버세트 체인공구,체인링크
펑크패치
예비튜브 자전거운반가방
고속버스에는 왠만하면 자전거를 그냥 실을수 있다.
배를 이용할경우에 가방에 넣어서 매고 가면 자전거 운임비가 무료.
여관등을 이용시 가방에 넣어서 방에 가지고 갈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의
여름이라 상하의는 다해서 2벌만.
한벌을 입고 저녁에 그것을 빨고 말릴동안 다른 한벌을 입고 활동.
자전거용바지
패드가 달려있어엉덩이를 보호
근육을 수축시켜 쥐를 방지
건조가 빠르다. 패드달린 타이즈속옷 쫄바지를 입기 어려운 상황에 겉에 활동복을입는다 져지 기능성 반팔상의*2
하나는 목 칼라가 있는 등산복형 하나는 라운드티. 둘다 하얗기만해서 좀 허전하니까 매직으로 그림을 그릴 생각.면티와는 다르게 땀이나도 달라붙지 않고 건조가 빨라 뽀송뽀송한 느낌이 좋다. 기능성양말 *2 발의 땀건조를 돕는다. 자전거헬멧 안전제일! 자전거용장갑
주행시 손의 피로를 덜고, 미끄러짐을 방지하며 비상상황시 부상을 방지.
반장갑은 손가락을 다칠수 있으니 긴장갑을 추천
긴장갑이지만 다양한 원단을 잘 가공하여 가볍고 시원하다. 버프 머리에 두를수도 있고 마스크로 쓸수도 있고 여러가지로 편리하다. 보온용상의 만약을 대비해서 가벼운것으로 하나. 수영복
활동복바지
속옷
샌들
식
코펠과 버너
세면도구
쌀 약간준비, 상황봐서 현지구입예정 행동식 양갱,초코바등 식수 패트병에 담아서 페니어에 담는다, 자전거에는 작은 물병을 설치해서 자주 마셔준다. 작은 찬통 남은밥이나 먹거리를 보관 간단한 양념
주
일주일 미만의 여행일 경우에는 텐트를 이용하지 않는것이 짐이 많이 줄어서 편하다.
혼자일 경우는 찜찔방을 이용하는것이 좋다.
2인용 텐트 옥션에서 32,000 텐트깔개 8000
텐트밑에 깔아서 냉기와 습기를 차단 매트리스14000
편안한잠자리를 위해서 부피가 제법 크지만 가벼우니까 자르지않고 그냥 쓰기로 했다. 모기약 캠핑의 필수품 랜턴 전조등을 사용 스위스아미나이프
그외
지도 전국지도한장과 환경부에서 배포한 자전거투어맵, 어차피 세부길은 물어봐야한다.
관광안내소에서 나누어주는 관광안내도를 꼭 챙기는게 좋다 스포츠타월
로션
선크림
필기구
카메라와 배터리
빨래집게 빨래를 널때 유용, 덜마른 빨래를 가방에 묶고 달릴때도 사용한다 노끈 짐의 부피를 줄이거나 빨래줄로 사용 지퍼팩
젖은 의류를 보관, 젖으면 안되는 것들을 보관 걸레 누군가는 더러운것을 닦아주어야한다.
도서관 일을 마치자마자 집으로 와서 급히 점심을 먹고 꾸려둔 짐을 체크했다. 꼭 필요한 것만 챙긴다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역시 2박3일 일정에는필요 없는 것들이 많았다. 많이 닳은 앞브레이크를 자전거포에 들러 교체하고 부산대학 지하철역 옆길로 출발~
...했으나 노포동에서 울산 가는 7번 국도를 잠깐 잃어버렸다. 무지 당황했지만 곧 정신을 차려 무사히 국도에 진입할 수 있었다.
역시나 국도는 자동차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시내도 마찬가지지만 자동차들은 국도를 자기들만의 것인 양 씽씽 달려댄다. 자전거 따위가 길가에 얼쩡거리고 있으면 빵빵거리기 일쑤이고, 내가 가는 도로변에는 차들이 튕겨 낸 돌 부스러기, 깨진 유리, 잊을 만 하면 보이는 차에 치인 동물들과 차에서 던진쓰레기 투성이다.
별 수 있나..알아서 피해서 가야지.. 매연냄새를 잔뜩 맡으며 차들이 지나치며 내는 소음을들으며 속으로 자동차위주의 교통체제에 욕을 해대며 열심히 페달을 밟다 보니 몸이 풀리고 점점 속력이 높아진다. 예전의 여행기억이 되살아나서 옆에 컨테이너 트럭이 지나가도태연하다. 교외로 접어드니 어느새 차들은 줄어들어 있고 해서 여유를 조금 부린다. 이제 시작인데..
몇 개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지나니 울산이 보이려고 하는 참에 약간 큰 돌을 못 피했다. 제법 큰 소리가 났다 싶더니 역시 얼마 못 가 타이어에 바람이 빠진다. 귀찮게 뒷바퀴다. 바퀴를 빼서 튜브를 보니 뱀이 물었다. H자인 휠 이 튜브를 세게 찍으면 뱀이 문 것처럼 펑크가 두 개 생겨 Snake Bite라고 한다. 예전에는 펑크도 못 때웠지만 연습한 보람이 있다. 처음 때우는 거라 시간은 좀 걸리긴 했지만 그럴싸하게 처리하고 울산시가지를 멋지게 통과- 할 계획이었으나 시가지를 달리는데 이상하게 뭔가 가벼운 느낌이 들어 뒤를 보니..헉..가방이 없다. 끈이 중간에 풀려서 떨어진 모양이다. 식은 땀을 흘리며 길을 거슬러 갔다. 다행히 얼마 안가 잘 쉬고 있는 가방을 찾았다. 출발이 2시라 늦어지면 울산에서 1박할 생각이었지만 괜한 생각이었다. 4시 조금 넘어서 울산에 도착했으니.. 펑크 때운 게 조금 불안해서 울산의 자전거포에서 예비튜브를 하나 사두려고 했는데 큰 길가에는 자전거가게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물어 물어 자전거포를 찾았으나 진짜 자전거'방'이다. 할아버지가 친구분하고 앉아 계신 그런 동네 자전거방. 엠티비 샾이 아닌..튜브도 싸구려밖에(하지만 가격은 싸지않다) 안 팔았지만 할 수 없이 하나 사뒀는데 뱀이 액땜을했는지 그 뒤로 펑크는 없었다.
짐 묶은 게 시원찮았는지 지하차도 중간에서 가방이 또 떨어졌다. 지도 책을 가방바깥에 묶었었는데 생각을 못하고 급한 마음에 가방만 얼른 주워 메고 죽어라 달려 지하도를 통과해 나왔다. 좀 가다 보니 지도생각이 났는데 감히 돌아갈 엄두를 못 내었다. 짐은 언제나 확실하게 고정시켜야 한다.
경주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을 계획이었지만배가 너무 고팠다. 고프다는 말보다는 비어서 힘이 없다는 게 맞는 말이다. 자전거를 계속 타고 있다는 것은 곧 몸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라 수분과 연료보급을 계속 해줘야 한다. 배 안고프고 목 안 마르다고 해서 그냥 달리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탈진해버리게 된다. 그래서 하이드로백(물을 넣고 호스를 연결해서 언제든지 편하게 마실 수 있는가방)과파워바나 파워젤(에너지 보충제)같은 좋은 게 있지만 비싸서-_- 물통에 틈틈이 물을 채우고, 마트에서 산 연양갱 대여섯 개와 육포를챙겨왔는데 오늘 치 연양갱 두 개는 벌써 먹어치운지 오래였다. 어떡할까 고민하는데 때마침 기사식당이 보여서 멈춰 섰다.
레고 가지고 놀던 어릴 적엔 기사식당이 진짜로
騎士식당인줄 알았었다. 기사가 그 기사가 아니란 걸 알게된건 언제쯤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사식당에서는 기사들이 밥을 먹고 있었다. 메뉴를 보고 순두부가 제일 싸서 먹고 싶어서 시켰다. 음식 나올 동안 밖에서 잠깐 몸을 풀고 쉬고 있던 기사님들께 사진 한 장 부탁했다. 경주까지 간다니까 그 중 젊어 보이는 사람이 태워준다고 했지만 괜찮다고 했다. 같이길을 떠난친구가 없으면 길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친구라고 누가 말했었나..
정신없이
을 두그릇이나 먹어 치우고 다시 출발했다.
경주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서쪽을 보니 해가 산 조금 위에 걸려있다. 저 해가 산 뒤로 숨으면 위험해진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불안해졌다. 달리고달리고달리고달리고페달을밟고밟고또밟고쉬지도않고마음속의불안을몰아내려고민을쫓아내려나는여전히한없이약하다. 해가 산 뒤에 숨을 무렵 논 옆으로 낮은 기와지붕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어째서인지 몇 번 와보지 않은 도시지만 집으로 가는 기분이 들어서 너무 즐거워져서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와 허허 웃으면서 달렸다.
가 보이자경주에 왔다는 실감이 들고 약간 안심이 되었다.
잊을 수 없는 황혼은 어느새 어둠으로 바뀌어 깜박이를 헬멧에 달고 자전거에도 달고 가다가 카메라를 든 사람을 만났다. 인사를 하고 말을 붙여 시내 방향 길을 물어 보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다 보니 1학년 때 동아리MT때 왔던 곳이 보였다. 안압지였다. 사람이 많이 있길래 무슨 일인가 물어보니 주말마다 음악회를 하는 거란다. 경주시민은 무료입장 관광객은 유료라는 말에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표를 끊고 들어가봤다. 다리도 풀 겸 둘러본 밤의 안압지는 5년 전의 낮과는 많이 달랐다. 주말 밤의 느긋함이 빛의 길에, 호수에, 사람들에게 배어 들어 있었다. 경주가 더 좋아지기 시작했다. 의자에 앉아 공연을 보고 있으니 약간 쌀쌀한 바람이 불어 와서 가지고 온 긴팔옷을 역시 챙기길 잘했다고 흐믓해하며 입었다.(이때 말고는 계속 짐이었다-_-)
공연을 좀 보다 겨우 잘 곳을 찾아갔다. 찜질방 목욕탕에서 씻고 빨래를 하고 몸을 계속 풀어주었다. 둘째 날이 제일 힘들기 때문이다. 일찍 자려고 했으나 수면실의 양 옆에 코를 많이 고는 사람이 있어서 힘들게 잠이 들었다. 주행시간 4시간37분 주행거리 99.18Km 평균속력 21.4Km 최고속력 54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