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질문(The Last Question)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 저 / 김도형 역




  • 엔트로피 : 물질계의 열적 상태를 나타내는 물리량의 하나이다. 자연현상은 언제나 물질계의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일어나는데, 이를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라고 한다. 엔트로피가 증가해서 최대 수준이 되면 열평형 상태가 되어 우주의 종말이 온다.(에너지가 이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후의 질문이 반 농담으로나마 처음 던져진 것은 인류가 광명을 향해 막 첫걸음을 내디딘 2061년 5월 21일이었다. 질문은 칵테일 잔을 사이에 둔 5달러짜리 내기의 결과였고,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이루어졌다.

알렉산더 아델과 버트램 루포브는 멀티백의 성실한 조작원들이었다. 다른 모든이처럼 그들도 수마일에 걸친, 차갑게 불빛을 번쩍이며 딸깍거리는 소리를 내는 그 거대한 컴퓨터의 껍데기 속에 무엇이 있는지 잘 알지는 못했다. 그들은 한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정도를 훨씬 넘어선 컴퓨터의 회로 구성을 대충 이해하고있을 뿐이었다. 멀티백은 스스로 수리하고 관리하는 컴퓨터였다. 멀티백은 인간이 직접 수리하고 관리하기에는 너무도 복잡하고 거대한 컴퓨터이기에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때문에 아델과 루포브는 이 엄청난 거인에 대해 피상적인 지식밖에는 가질 수 없었다. 그들은 컴퓨터에 데이터를 입력하고, 컴퓨터가 읽어 낼 수 있도록 질문을 수정하며 컴퓨터가 낸 대답을 인간의 언어로 번역하였다. 물론 그들은 멀티백이 이루어 낸 성과에 대한 영예를 동료들과 함께 향유할 수 있었다. 

지난 수십 년간 멀티백은 인류가 달, 화성, 금성에 도달할 수 있도록 우주선의 설계와 탐사 계획을 도와 왔다. 그러나 그보다 더 멀리 갈 수 있는 우주선을 제작하기엔 지구의 자원이 불충분했다. 장기간의 여행에는 에너지가 너무도 많이 소모되었다. 화석 연료와 우라늄의 이용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 연구되었으나, 그 매장량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멀티백이 서서히 이 어려운 문제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고, 2061년 5월 14일에 드디어 이론이 현실화된 것이다. 지구전체가 마음껏 쓰고도 남을 만한 태양 에너지를 한꺼번에 저장하고 여러 가지 형태로 변환하여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인류는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 연료와 우라늄의 사용을 중단하고, 태양 에너지 변환기를 지구와 달의 중간 지점에서 지구를 돌고 있는 지름 1마일의 인공위성에 연결시켰다. 이제 지구 전체가 보이지 않는 태양 에너지 광선에 의해 움직였다.

일주일에 걸친 축제에도 그 열기가 완전히 식지 않았기 때문에 아델과 루포브는 간신히 공공행사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들은 멀티백의 본체가 숨겨져 있는 지하실에 숨었다. 그들이 거기에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데이터를 정렬하는 듯 느리게 딸깍거리는 멀티백도 마치 휴가를 받은 것처럼 만족스러워 보였다. 그들은 처음에는 멀티백의 휴식을 방해하고픈 생각이 없었다.그들은 술병을 하나 들고 왔으며, 그들의 관심은 한잔 하면서 긴장을 푸는 것뿐이었다.

"정말 대단해."

아델이 입을 열었다. 멀티백의 커다란 얼굴은 피로로 인해 주름져 보였다. 아델은 술잔 속의 얼음을 무심히 쳐다보며 유리막대로 잔을 저었다.

"에너지를 영원히 공짜로 사용할 수 있다니. 지구를 몽땅 녹여서 쇳물로 만들더라도 거기에 사용될 에너지를 아까워할 필요가 없잖아. 이젠 공짜로 에너지를 영원히 영원히, 또 영원히 쓸 수 있겠지."

루포브는 머리를 옆으로 비스듬히 기울였다. 루포브는 반대하고 싶을 때면 즉시 핑계거리를 생각해 내는 재주가 있었고, 또 지금은 그가 얼음과 잔을 가지러 왔다갔다해야 하기 때문에 약간 심술이 나 있었다.

"영원한 건 아니지."

"이런, 제기랄, 거의 영원하다고 할 수 있잖아. 태양이 없어질 때까지는 말야."

"그건 영원한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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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How It Happened)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 저
윤태원 역

 
 
  이것은 아주 짧은 이야기이지만 나의 다른 꽁트들처럼 말장난으
로 끝나지는 않는다. 이 이야기는 사실 꽤 웃기고 또 웃음을 자아
낼 목적으로 쓰여졌지만, 순전히 웃기는 이야기로만 쓰여진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사용할 수 있는 기록매체가 파피루스 뿐이고 인쇄가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있다면,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이 쓸 수 있
는 책은 오늘날에 비해 상당히 제약될 수 밖에 없다. 즉 당신이
그런 상황에 처해 있다면 당신이 쓰려는 글이 무엇이든간에 파피
루스를 많이 쓸 수 없다는 사실의 영향을 받는다는 이야기이다.















동생은 할 수있는 가장 엄숙한 목소리로 구술을 -여러 부족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기대하는 예언을- 시작했다.
"태초에," 하고 그는 말을 시작했다. "정확히 152억년전 빅뱅이
있었고 우주가......"
그러나 나는 받아쓰기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150억년 전이
라고?" 내 목소리는 불신에 가득차 있었다.
"물론이지, 난 계시를 받았어." 하고 그는 대답했다.
"네가 받는 계시를 믿지 않는 것은 아냐," 하고 나는 말했다.
(물론 믿어야만 했다. 내 동생은 나보다 세살이 어리지만 그가 받
는 계시에 의문을 품어본 적은 한번도 없다. 또 지옥에 떨어질 각
오가 된 사람이 아니라면 감히 의문을 품을 생각도 하지 못할 것
이다.) "그래도 설마 150억년에 걸친 창조의 역사를 구술하려는
생각은 아니겠지?"
"해야만 해," 하고 내 동생은 말했다. "그게 우주가 창조된 역
사니까. 모든 우주의 역사는 최고의 권위를 가진 바로 이곳에 다
기록되어 있다구," 그는 자신의 이마를 톡톡 두드렸다.
나는 철필을 내려 놓으며 투덜댔다. "너 요즘 파피루스 값이 얼
마나 하는지 알기나 하니?"
"뭐라고?" (그가 신성한 계시를 받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때때로 그러한 계시가 파피루스의 가격같은 추잡한 세상사는 고려
하지 않음을 느끼곤 한다.)
나는 말을 계속했다. "네가 파피루스 한 두루마기마다 백만년에
걸친 역사를 구술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려면 우리에겐 파피루스
두루마기가 만오천개나 필요하겠지. 파피루스 만오천개를 쓸 정도
로 말을 많이 하려면 얼마 안가서 네 목은 완전히 쉬어버리고 말
게다. 그리고 그 많은 양을 받아쓰고나면 내 손가락은 떨어져 나
가버리겠지. 좋아. 우리가 그 많은 파피루스를 구입할 능력이 있
고 또 네 목은 쉬지도 않고 내 손가락도 멀쩡하다고 생각해보자
구. 도대체 어떤 미친 녀석이 그 많은 양을 다시 베끼려고 들겠
니? 우리가 책을 냈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사본이 적어도 100개는
있어야 할텐데 사본을 못만들면 인세는 어떻게 받니?"
동생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양을 좀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하고 그가 물었다.
"물론이지," 하고 나는 대답했다. "사람들에게 읽히려면 그 수
밖에 없어."
"백년 정도로 줄이면 어떨까?" 하고 그가 제의했다.
"엿새면 어때?" 하고 내가 말했다.
그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대꾸했다. "창조의 역사를 겨우 엿새
에 구겨넣을 수는 없어."
"내가 가진 파피루스는 그 정도가 다야. 어떻게 할래?"
"좋아," 풀죽은 목소리로 대답한 그는 다시 구술을 시작했다.
"태초에- 창조에는 엿새가 걸렸다 이거지, 아론?"
나는 엄숙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렇지, 엿새였단다. 모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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