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메로스

다자이 오사무(太宰 治) (1940)


  메로스는 격분했다. 반드시 그 사악하고 포악한 왕을 제거해버려야만 한다고 결심했다. 메로스는 정치를 모른다. 메로스는 마을의 목동이다. 피리를 불고 양들과 놀면서 지내왔다. 그러나 사악한 것에 대해서는 남들보다 민감했다. 오늘 미명에 메로스는 마을을 출발하여 들을 넘고 산을 넘어 백 리 떨어진 이 시라크스 시에 도착했다. 메로스에게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다. 열 여섯을 먹은 내성적인 누이동생과 단 둘이서 살고 있다. 이 누이동생은 마을에 있는 어느 건실한 목동을 머지않아 신랑으로 맞이하기로 되어 있었다. 결혼식이 코앞에 닥쳐 있었다. 메로스는 이를 위해 신부가 입을 옷이나 축하연 때 대접할 음식들을 사들이기 위해 머나먼 도시까지 온 것이다. 우선 그 물건들을 사 모은 후, 큰 길을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메로스에게는 죽마고우가 있었다 세리눈티우스다. 지금 이곳 시라크스 시에서 석공을 하고 있다. 그 친구를 지금부터 찾아가는 참이다.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으므로 만남이 매우 기대된다. 걷고 있는 사이에 메로스는 동네 모습이 조금 이상하게 여겨졌다. 너무 조용하다. 이미 해도 저물어 동네가 어두운 것은 당연하나, 그렇지만 어딘지 모르게 밤이기 때문만은 아닌 듯 도시 전체가 너무나도 쓸쓸하다. 평소에는 둔한 메로스도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길거리에서 만난 젊은이들을 잡아 세워놓고 무슨 일이 있었는가, 2년 전 이곳에 왔을 때에는 밤에도 모두가 노래를 부르며 동네는 활기찼었는데, 하고 물었다. 젊은이들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걸어가자 노인을 만나, 이번에는 더욱 강한 말투로 물었다. 노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메로스는 두 손으로 노인의 몸을 흔들며 계속 물었다. 노인은 주변을 신경 쓰듯 낮은 목소리로 짧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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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메로스, 하시레 메로스. "하시레~" 라는 일본어는 어감이 좋다. 격려하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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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애니메이션 포스터


컴퓨터 게임풍의 달려라 메로스 - 걸작 책귀퉁이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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