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일간 아무 생각없이 지냈다. 주말에는 고모님댁에 갔다가 미역국을 얻어먹었다. 생일이었지만 예전 같았으면 일주일전부터 받고싶은 선물리스트를 공지에 띄우고 약속을 잡고 했었겠지만 그냥 생일이구나 하는 생각말고는 덤덤했다. 그래도 몇통의 축하문자(반은 은행과 인터넷쇼핑몰에서왔다)를 받았고 저녁에는 기숙사 친구들과 치킨을 먹고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I'm the boss를 하고 지냈다. 기대하지 않았던 생일케익을 먹은것도 좋았다.

늦었지만 받고 싶었던 선물 리스트(사야할 물건 리스트하고 별 차이가 없다)
고양이 화장실용 모래
겨울용 가죽장갑
2007년 달력
휴대용 자전거 정비도구
탁상용라디오
문자한통

 빛을 본지 24년이나 되었고 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뭘하며 지내야 하나 하고 생각해 봤는데 역시나 그다지 유능한 인간은 아닌것 같고 딱히 하고 싶은것도 없는것 같다. 어릴적에는 매일 조금씩 무언가를 익혀나간다면 어른이 되었을쯤에는 대단한 사람이 되어 있을줄 알았는데 나에게 노력하는 재능은 없었고 그것을 위한 노력도 고등학교 이후로는 한적이 없어서 지금은 그저그런 어른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이렇게 그저 육일의 노역과 하루의 권태를 반복하다가 다시 흙으로 돌아 가는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늦었다고 생각한다고 해도 정말로 늦은 때는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설령 죽기직전이라도 시작을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면 그것은 정말로 늦은것은 아닌것이다.

좋아하는 글을 다시 한번 보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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