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르젤의 편지>

 


쥬리오. 그리고 크리스. 너희들은 정말로 잘해 주었다.

너희들은 정말로 열심히 해주었다.

모두, 너희들의 덕택이다. 감사한다.

나에게 해준 일도, 돌페스의 탑에서 너희들이 오지 않았더라면,

만약 세계가 멸망했다 하더라도,

이 무거운 짐은 내려 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스스로를 생각해 보아도 정말 한심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

앞만 보고 나아가는 검사가 할일이라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이미 운명을 기다리는 노인이 되어 있었다.

나를 왕궁검사의 거울이라든가, 희대의 영웅이라 불러준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런 것은 분명한 착각이다.

내가 하고 있던 왕궁검사라는 것은,

성의 일꾼 보다 조금 더 나은 것일 뿐이다.

의지는 언제부턴가 잊어버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 앞 밖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되면 끝이다.

영웅이란 언제나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은 특정한 자의 평판을 지키는 자도,

싸움에서 이름을 떨치는 무인도 아니다.

누구보다도 순수하게 약자의 마음을 알고,

앞을 향하여 끊임없이 나가갈 수 있는 자일 것이다.

나같은 사람보다, 오히려 게르드나 너희들이

영웅이라 불리는데 어울릴 것이다.

이 여행을 잊지 말고. 영웅의 마음을 계속 지니길 빈다.

힘들게 게르드와 너희들이 지켜낸 세계다.

빗나가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도,

다음 세대에 넘길, 너희들의 역할인 것이다.

또, 이런 얘기가 있다.

동화라도 읽는거라 생각하고 읽어 주길 바란다.

내가 아직 왕궁검사가 되기 전의 일이다.

검사를 동경하고 있던 나는, 검사 수업을 하기로 마음 먹고

여행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 때였다.

돌아온 사람이 없는 마녀의 섬에서 혼자 돌아와,

마법의 도시 올도스를 열었다는 대마도사 올테가가

그 땅을 벗어나 은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전부터 올테가에게는 흥미가 있었다.

물론 마법과 검은 취급이 다르지만,

올테가가 경지에 이르렀다는 수많은 마법의 이야기는,

검사가 수업을 쌓아가는 것과 같은 것이었으니까.

올테가가 대성당에 있을 때는,

두려워서 만나러 갈 수가 없었지만,

은거하고 나서라면 얘기가 다르다.

난 소문을 듣고 올테가의 거주지를 찾아 산간 마을에 도착했다.

대마도사 올테가는 그곳에 있었다.

혈기 왕성했던 당시의 나도, 올테가는 상냥하게 접대해 주었다.

나는 올테가로 부터 여러가지 일을 배웠다.

결국 어디까지 내가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이 되어서도 의심스럽지만...

올테가를 마음의 스승으로 둔 것은

내가 루드성의 왕궁검사가 된 후에도 계속되었다.

이윽고 세월이 지나, 이자벨이 이 세계에 나타났고,

곧 게르드가 나타났다. 이 경위에 대해서는

그 전에 얘기한 대로다.

쓰러진 하얀마녀의 옆에는 하나의 지팡이가 떨어져 있었다.

나에게는 그 남겨진 지팡이에 게르드가 세계를 걱정하는

마음 같은 것이 담겨 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나는 게르드를 매장한 후,

게르드의 지팡이를 가지고 올테가를 찾았다.

올테가는 그 지팡이를 보고 경악했다.

교묘하게 힘을 봉하고 있었지만, 지팡이에 담겨진 힘은

상상을 훨씬 뛰어 넘는 것이었다.

지팡이에는 게르드의 뜻 자체가 불어 넣어져 있었다.

힘을 지니고 있는 지팡이는 양날의 검과 같다.

사용해야 할 때에 사용해야만 할 자가 사용하지 않는다면,

힘은 저주라 불리우는 것이 되어 버린다.

나는 올테가에게 게르드의 지팡이를 맡기기로 했다.

올테가는 지니고 있는 마법 전부를 사용하여

게르드의 지팡이를 봉인하고 형태를 바꾸어

힘이 쉽게는 발동되지 않도록 손을 썼다.

그 지팡이를 크리스가 지닌 것이다.

게르드의 상념이 남은 게르드의 언덕에서

은단검과 나란히 있을 때에

지팡이의 뜻이 발동하도록 해준 것은 올테가다.

그로 인하여 올테가는 마법의 힘을 대부분 잃었다.

이것으로 크리스의 지팡이가,

왜, 그처럼 힘을 발휘했던 것인가 알았을 거라 생각한다.

이 이야기만은, 어떻게 해서든 전하고 싶었다.

 


결국 어떤 일이 있었든, 너희들의 순례 여행은 훌륭히 끝났다.

많은 마을을 보았고, 셀수 없을 정도의 사람들과 만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말해두겠다.

중요한 것은, 그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여,

어떤 식으로 지금부터의 생활에 살릴 것인가이다.

아무리 귀중한 체험을 많이 했다해도,

자신의 인생에 살릴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

영웅의 마음을 계속 지니고 있어라. 알겠지?

멋진 어른이 되는거다.

뭔가 설교조가 되어버려서 미안하구나.

늙은이의 우스개소리라 생각해서 이해해 주길 바란다.

긴 편지가 되어 버렸구나. 여기서 그만 끝내기로 하지.


<추신>쥬리오에게.

튼튼하고 날카로운 검만이 좋은 검은 아니다.

때로는 날이 닳아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한 검이

최고의 명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사람의 세상도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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