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도 담배 핏었제?"

동아리 모임장소인 어느 삼겹살집 앞에서 그렇게는 친하지 않은 선배가 담배를 한대 꺼내 물고 나에게도 한대 권하며 꺼낸 말에는 흡연자에 대한 동지의식이 배어있었다.

 "몸이 안좋아서 많이는 안 피워요.."라고 대답하면서 받아물었다.

사실이 그렇다. 환절기만 되면 천식때문에 고생이고 증세는 해마다 안좋아지는것 같은 느낌이다.

여덟살쯤인가 동생과 88에 가스레인지 불을 붙여 피워본 뒤로는 이런 맛없는걸 왜 피냐고 쭉 생각해왔다.  담배를 피기 시작하면 내가 골초가 될것은 이미 기정사실임에 틀림없고 그러면 연초비도 부담이 될거고 부모님이 걱정하실거고 담배피는거 좋아하는 여자는 별로 없을거라는 생각들이 모여 스무살을 몇년이나 넘길때까지 담배를 피지않았었다.

그러다 몇년 전 유난히 추웠던 성탄절 새벽에 시린 가슴을 달래기 위해 담배구걸을 해서 처음 피우게 되었다. 그 아이는 담배피는 남자를 제일 싫어한다고 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냥 물고만 있으니 불이 안붙는다. 불 붙일때는 빨아들여야된다는것을 알았다. 마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났던 나의 담배스승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으려나. 깊숙히 들이마신 디스플러스는 그다히 독한느낌이 아니었다. 공익근무원 대기실인 컨테이너 박스는 골초 고참들 덕분에 항상 뿌연상태였는데 거기서 이년이나 생활했으니 알게 모르게 익숙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쨋든 그때 맛본 흡연이 제공하는 약간의 쾌락이 제법 마음에 들어서 그 후로 여자한테 차였다거나, 기분이 무척 좋다거나, 술이 적당히 취했다거나, 남자 둘이 있는데 한명이 담배를 피기 시작한다거나하면 한대씩 피게 되었다.

그렇게 많이 피지 않았지만 금새 담배가 좋아졌다. 하지만 몸이 안좋아지는걸 느껴 조금이라도 오래 살아남아 담배를 피우기 위해 나름의 원칙을 정했다.  일년에 한갑분량만 핀다. 내가 사서는 피지 않는다. 한개비를 피울때 최대한 맛을 음미하며 마지막까지 핀다(이를 위해 담배대도 구입했다) 를 원칙으로 정했다. 돈이 걸린 문제라 나름대로 잘 지키고있는 편이다.

어제는 세대를 피웠고 방금 나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올해는 열개비쯤 남았나, 전에 챙겨둔 시거는 언제 피지..

쉰살정도되면 실컷 피워 줄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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