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Robert Fulghum
 
 
해마다 정초가 되면 그 해에 지킬 신조를 쓰는 것이 나의 오랜 습관이다.

젊었을 때는 생각나는 것을 모조리 써넣으려 했기 때문에 새해의 신조가 여러 페이지에 걸치곤 했다. 마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존재의 의미에 관한 모든 갈증을 풀어주기라도 하는 양. 그래서 그것은 때로 '대법원의 훈령서' 같은 느낌을 줄 때조차 있었다.

요사이는 이 신조가 많이 짧아졌다. 때로는 냉소적이고, 때로는 익살맞고, 때로는 부드럽다.

나는 계속해서 연구하여 신조를 써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쉽고 간결한 말로 적어 한 페이지를 넘기지 않게되었다. 때묻지 않은 이상주의를 충분히 함축시켜서.

간결해야겠다는 영감은 어느 주유소에서 떠올랐다. 나는 내 낡은 차에 옥탄가 높은 최고급 휘발유를 가득 채워 넣었다. 그러자 이 오래된 굴타리차는 고급 휘발유가 부담스러워서 교차로를 돌때마다 털털거렸고 비탈을 내려갈 때는 쿨커덕쿨커덕 기침을 해댔다.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내 마음과 영혼도 때때로 그렇게 된다는 것을. 고급 지식을 너무 많이 집어넣게 되면 그만 그것에 짓눌려서 선택이 필요한 인생의 교차로에서 번번이 털털거릴 것이다. 나는 너무 많이 알고 있거나 너무 모르고 있는 것이다. '검토된 삶'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새해의 신조를 쓰며 나는 뜻있게 사는 데 필요한 것은 거의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이며 그렇게 복잡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난 그것을 안다. 그것도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는 것을 행하며 산다는 것은 글쎄, 그건 또 다른 문제이리라.

내 신조는 이렇다.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에 관해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것을 나는 유치원에서 배웠다.

지혜는 대학원의 산꼭대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유치원의 모래성 속에 있는 것이다. 내가 배운 것들이 바로 여기에있다.
 

-무엇이든지 나누어 가져라.

-정정당당하게 행동해라.

-남을 때리지 말아라.

-물건은 항상 제자리에 놓아라.

-네가 어지럽힌 것은 네가 깨끗이 치워라.

-남의 물건에 손대지 말아라.

-남의 마음을 상하게 했을 때는 미안하다고 말해라.

-화장실을 쓴 다음에는 물을 꼭 내려라.

-따뜻한 쿠키와 찬 우유가 몸에 좋다.

-균형잡힌 생활을 하라. 배우고 생각하고 날마다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놀기도 하고, 일도 하라.

-오후에는 낮잠을 자라.

-밖에 나가서는 차조심하고 손을 꼭 잡고 서로 의지하라.

-경이로운 일에 눈떠라. 컵에 든 작은 씨앗을 기억하라. 뿌리가 나고 새싹이 나서 자라지만 아무도 어떻게, 왜 그렇게 되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의 삶 또한 그와 같은 것이다.

-금붕어와 애완용 쥐와 흰 쥐, 그리고 심지어 일회용 컵 안에 심어 놓은 작은 씨앗 조차도 모두 다 죽는다. 우리도마찬가지이고.

-그리고 그림동화책과 여러분이 태어나서 처음 익힌 가장 의미 있는 낱말인 '이것 봐(LOOK!)'를 기억하라.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이 이 속에 들어있다. 황금률과 사랑과 공중 도덕, 그리고 생태학과 정치학과 평등과 건전한 생활까지.

이들 항목에서 아무 것이나 하나를 골라 그것을 세련된 어른의 말로 고쳐서 여러분의 가정 생활, 직장, 정부 또는 세계에 적용해보라. 그러면 그것은 모든 경우에 들어맞고 분명해지고 확고해진다. 만일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오후 세시쯤 쿠키와 우유를 먹고 나서 담요를 덮고 낮잠을 잔다면 세상이 얼마나 좋아지겠는가를 생각해보라. 또 어느 나라에서나 물건을 발견했던 자리에 늘 그대로 두고, 자기가 어지럽힌 것은 스스로 치운다는 것을 기본정책으로 삼는 상황도 생각해 보라.

그리고 여러분의 나이가 몇 살이든 밖에 나갈 때는 서로 손을 잡고 의지하는 것이 제일 좋다는 것은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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