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이 안보여서 페스트 부터 읽었음. 이방인은 찌르듯이 강렬했고 페스트는 그보다는 부드러웠다. 더 낫다는건 아니고 다른 맛이다.
이방인을 읽고나니 엄청나게 찡했다. 마지막 대목을 읽어나가는중에 소름이 쫙 돋더라. 알제의 태양은 얼마나 뜨거울까.
... 기쁨과 분노가 섞인 용솟음과 함께 마음속의 것을 송두리째 쏟아 버렸다.
너는 자신만만하다. 그렇지 않고 뭐냐? 그러나 너의 신념이란 건 모두 여자의 머리카락만한 가치도 없어. 너는 죽은 사람처럼 살고
있으니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확실한 인식조차 너에게는 없지 않느냐? 나는 보기에는 맨주먹 같을지 모르나, 나에게는 확신이
있어. 나 자신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한 확신. 그것은 너보다 더 강하다. 나에게는 나의 인생과 닥쳐올 이 죽음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있어. 그렇다, 나에게는 이것밖에 없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이 진리를, 그것이 나를 붙들고 놓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굳게 붙들고 있다. 내 생각은 옳았고, 지금도 옳고, 언제나 또 옳으니라. 나는 이처럼 살았으나, 또 다르게 살 수도 있었들
것이다. 나는 이런 것은 하고 저런 것은 하지 않았다. 어떤 일은 하지 않았지만 그러한 다른 일을 했다. 그러니 어떻단 말인가?
나는 마치 저 순간, 나의 정당함이 인정될 저 새벽을 기다리며 살아온 셈이다. 아무것도 중요한 것은 없다. 나는 그 까닭을 알고
있다. 너도 그 까닭을 알고 있는 것이다. 내가 살아 온 이 허망한 생애에서는 미래의 구렁속으로부터 항시 한 줄기 어두운
바람이, 아직도 오지 않은 해들을 거슬러 올라와, 그 바람이 도중에, 내가 살고 있던 때, 미래나 다름없이 현실적이라 할 수
없는 그 때에 나로서 할수있는 일들을 모두 아무 차이도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렸던 것이다. 다른 사람의 죽음, 어머니의 사랑,
그런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너의 그 하느님, 사람들이 선택하는 생활, 사람들이 선택하는 숙명, 그런 것이 무슨 중요성이
있다는 말인가? 단지 하나의 숙명이 나 자신을 사로잡고, 나와 더불어 너처럼 나의 형제라고 하는 수많은 특권을 가지고 있다.
특권을 가진 사람들을 사로잡는 것이 아니냐? 누구나 다 특권을 가지고 있다. 특권을 가진 사람들밖에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또한 장차 사형을 받을 것이다. 살인범으로 고발되어 내가 어머니의 장례식 때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고 해서 사형을 받게 된들
그것이 무슨 중요성이 있다는 말인가? 살라마노의 개나 그의 마누라나 그 가치를 따지면 매한가지다. 꼭두각시 같은 그 자그마한
여자도, 마송과 결혼한 그파리 여자나 또 나와 결혼을 하고싶어하던 마리나 마찬가지로 죄인인 것이다. 셀레스트와 마찬가지로
레이몽이 나의 친구라고 해서 그것이 무슨 중요성 있으랴? 오늘 마리가 또 다른 한 사람의 뫼르소에게 입술을 바치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어떻다는 말인가? 사형선고를 받은 녀석, 이놈아! 너는 도대체 아느냐? 미래의 구렁 속으로부터 그 모든 것을 외치며,
나는 숨이 막혔다...
그럴싸하게 서평을 못 쓰더라도 읽은 책에 관해서 간략하게나마 적기로 했다.
오늘의 교훈: 읽기로 마음 먹은 책은 가능한한 빠른 시일내에 읽자. 6년이나 지나서 읽으면 굉장히 손해보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