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자전거를 사면서 친구에게 주었던 싸이클을 진주에 있는동안의 여행준비훈련를 위해 받았다. 공익근무시절 2년 2개월 동안 왕복 30킬로미터 정도의 거리를 비오는 날, 너무 추운 날, 피곤한 날, 귀찮은 날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전거로 출퇴근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몇 일 되지 않는것 같지만 넘어가도록 하자. 제법 힘든 운동이고 또 산림감시 공익근무요원의 일은 육체노동이 많은지라 공익근무를 마칠 무렵에는 살이 제법 빠졌고 아직까지 살은 다시 안붙고 있다.
내가 틈만 나면 노후를 보내기에 이상적인 곳이라고 예찬하는 진주의 가장 멋진점은 역시 중심번화가(그냥 '시내'라고 부른다) 한가운데를 멋지게 가로지르는 남강과 시내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특히 우리집에서는 자전거로 10분밖에 안걸리는) 진양호이다. 멋진 호수와 강이 이렇게 거주지 가까이에 있는 도시는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진주는 면적자체만 본다면 서울보다 더 크지만 농촌지역이 많아서 중심번화가는 하나밖에 없다.
바쁜 아침, 도시락과 책이 든 가방을 짐판에 묶고 강가의 반듯한 자전거 도로를 달려서 출근했다. 봄에는 꽃, 여름에는 아침나절의 선선한 바람, 늦가을에는 강의 물안개, 겨울에는 쌀쌀한 바람과 함께 마음에 드는 노래를 들으면서 달렸다. 버스를 타면 제법 돌아가는 곳이고 밀리니까 자전거로 가는것이 더 빠르다. 출근해서는 일이 있으면 일을 하고 일이 없을때는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거나 하다 마치고 나면 다시 즐겁게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여유로운 공익근무였던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다음에 더 자세히 적어봐야겠다.
Sonic(자전거이름)은 오래되고 관리를 안해서 상태가 더 안 좋았다. 더럽고 녹이 슬었고 어디선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것은 둘째치고, 뒷바퀴가 많이 휘어서 브레이크에 자꾸 닿는게 결정적으로 나빳다. 쫄바지와 져지를 입고 물통을 자전거에 꽃고 간단한것들은 져지뒷주머니에 넣고 달렸다. 예전보다 체력도 좋아지고 복장도 갖추고 했으니까 힘들이지 않고 더 빠르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불안한 브레이크때문에 자전거를 믿지 못해서 속도도 잘 낼수가 없었고 전보다 별로 체력이 좋아지지 않은것을 체감했다. 테크닉은 지금이 더 낫겠지만 30킬로를 출퇴근 하다가 지금은 그 반도 타지 않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경상대학교에서 예전에 짧은 자전거여행을 같이 떠났던 친구를 만나서 술을 마시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졌다. 돌아오며 어둑한 강변을 달리는데 몸이 조금 풀려서 그런지 페달이 가벼웠다. 슬슬 달려가는데 앞에 자전거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보여서 반가워서 말을 붙여보았다. 강원도 원주에서 출발해서 서해안을 따라 내려온 뒤 제주도에 갔다 온 총각들인데 캠핑할만한 장소를 찾고 있다고 한다. 캠핑은 강변에서 하면 되지만 강변에 식수대가 없어서 윗쪽 강변공원의 인라인장으로 데려주었다. 화장실에서 적당히 씻고 식수도 구할수 있겠지. 진주의 수도물은 그냥 마셔도 될 정도라고 자랑을 했다. 집에 와서 여행자들이 말해주었던 다음 까페에 들러서 사진을 보았다.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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