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쯤 자전거를 지하철에 태워 남포동으로 향했다. 먹은것은 나쵸 몇조각 뿐이라 정신이 멍했었다. 지하철역에 내려 뭘 할까하고 고민하다 슬쩍 번화가를 돌아봤는데 새로 생겼다는 크리스피 크림이 보여서 먹어볼까 하고 줄을 섰더니 시식해보라며 하나 준다. 따끈하고 달짝지근한게 맛있어서 더즌을 살까하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짐이 얼마나 많아 질지 몰라서 관뒀다.

 보수동 책방골목으로 가서 고로케를 두개 사먹었다. 다섯개에 이천원 하나에 사백원하는(다섯개에 이천원이면 보통은 하나에 오백원에 판다) 맛있는 고로케는 요즘세상에 흔치 않은것이다. 서점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일리아드,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 실용 아랍어회화 를 고르니 만원이라 하셨다. 만원에서 팔백원을 빼면 구천이백원이 되고 그것이 지갑속의 전부였다. 돈이 좀 모자라 아랍어회화책을 빼려고 하니 그냥 구천원에 주신댄다. 책을 사고 돈을 찾으러 갈 생각이여서 조금 미안했다. 눈이올것 같이 날씨가 흐렸는데 눈송이가 한 십분동안 조금 날리다가 말았다.

 국제시장에 들러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나물모듬과 두부한모를 사고 환공어묵을 이천원치 샀다. 매운맛,새우살,도미살,오징어 등등 여러가지가 종류가 있었다. 이천원친데도 잔뜩 담아준다. 부산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입품 상가를 돌며 MRE를 찾았다.요즘 물건이 잘 안나와서 하나에 사천원까지 값을 부른다. 옆가게로 가니 역시 하나에 사천원이라 말을 꺼내는데 세개 만원에 달라고 하니 잠깐 생각을 하다 세개 만원에 합의. 국제시장은 뭔가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일본어도 곧잘 들려오고, 가게 주인들도 왠지 모르게 눈매가 날카로워서 가게에 들릴때마다 움찔-하게 만든다.

 책과 카메라와 반찬과 MRE로 가방이 가득차고 약간 따뜻하던 날씨는 쌀쌀해졌지만 모처럼 자전거를 가지고 온김에 여기저기 둘러봤다. 태종대까지 가볼까 생각했지만 영도다리를 건너며 그 생각은 자전거를 휘청이게 만드는 엄청난 바람에 날려갔다. 사진을 찍는데 비니가 벗겨질뻔했다. 추위에 이를 떨며 되돌아가는데 사람이 갑자기 자전거 앞에 나타나 브레이크를 세개 잡았다.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뒷 브레이크 레버가 끊어졌다. 자전거방에 들러서 수리를 받았다. 레버한쪽과 케이블 교환, 만원. 브레이크는 잘 안듣고, 오르막길에서는 무지 힘들고 작은 주제에 그렇게 가볍지도 않은 자전거지만 다루기 쉽고,지하철에도 실을수 있고, 타고 다니면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는 노랗고 작은 자전거가 나는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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