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금요일 오후였다. 오랫만에 만난 친구와 점심을 맛있게 먹고 집으로 왔다. 게임이라도 잠깐 하려고 했으나 쏟아져내리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이불만 둘둘 감은채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잤다. 자다 깨어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알바시간이 다 되었지만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아서 요기도 하지 않고 집을 나섰다. 이맘때면 찾아오는 천식때문에 가슴이 아파 먹을 엄두도 나지 않았다. 급하게 움직여서 숨이 찻다. 그냥 참아볼까 하다가 결국 기관지확장제를 한번 들이마시고 학교를 향해 올라갔다. 평소 같으면 자전거를 타고 가볍게 올랐을 길이지만 각오를 단단히 하고 올라야하는것이다.

매일 올라가는 길이지만 오늘은 좀 이상한 풍경이였다. 아침인지 저녁인지 구분이 안가는 그런 가을비속에서 제각기 다른 옷을 입고 다른 우산을 쓴 사람들이 위에서 아래로 자꾸자꾸 떠내려왔다. 나는 가빠지려는 호흡을 참으며 한걸음한걸음에 집중하며 그들을 거슬러 올라갔다. 내가 만약 누군가 한명이라도 지금 내가 보는것과 같은 풍경을 떠올리게하고 나와 같은 기분을 느낄수 있게 하는 글을 쓸수 있다면 위대한 작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따위를 하며 길을 올라갔다. 물른 그런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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