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다 같은 지역을 나타내는 말이지만 내게 있어 그리스와 희랍은 서로 다른 이미지를 떠올리게한다. '유럽'하면  현대의 유럽이 생각나지만 '구라파'하면 개화기의 지식인들이 곧잘 말했던 "구라파의 선진국가들의 선례를 따라.."처럼 합리적이고, 발달된, 우리가 본받아할 이상적인 국가(그런 이상적인 국가를 따라잡으려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전반적인 행복도에 대해서는 넘어가고)들이 모여있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생각나는것처럼, 다른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처음 희랍이란 지명을 본것은 도서관 서가가 끝없이 높게 보일 무렵이였다, 서가 저 위쪽에서 '희랍비극'과 '희랍인 조르바'라고 쓰인 책등을 보고는 어디쯤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럽과 아시아 사이, 중동의 어디쯤에 있는 희랍이라는 곳에서 쓰여진 슬픈 내용의 연극과 조르바라는 희랍의 지도자를 상상했다. 어째서 중동이냐면 이집트를 애굽이라고 하는것은 알고 있었기에 희랍도 그 근처의 지명을 한자식으로 읽은것이려니 했기때문이다.(나중에 알게된것이지만 이집트는 아프리카에 위치한 것이다)그때부터 나에게 희랍은 아무 근거없이 중동의 이미지로 남게 된것이다. 희랍이 그리스란 것을 알게된것은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나서였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다 읽고 나서 분명히 비슷한 제목의 책이 있었던것 같은데 하고 '희랍인 조르바'를 뽑아들었는데 작가이름이 같았다. 그래서 연작시리즈인가 하고 책을 펼치는 순간 희랍이 그리스 라는 것을 알게된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희랍이라고 하면 중동의 막연한 이미지가 떠오르고, 그리스라고 하면 지중해와 하얀건물과 그리스신화의 너무나 인간적인 신들과 그들을 모셨던 신전을, 결정적으로 얼룩말 두마리가 강가에서 목을 축이는 그리스의 오후를 생각하게된다.





+희랍의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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