合氣道

무도수련에서의 수파리(守破離)

에스페란사 2009. 12. 30. 20:46

 일본에서는 행(行)함의 교육을 중요시 여겼다. 매일 일상적인 생활태도를 가르치고 실행적 기력과 신념을 갖게 하는 것이 행(行)교육의 지침이었다. 동양적 행도(行道)로서는 정좌(精坐)와 좌선(坐禪) 등이 있고 이런 자세는 심신본연의 자세로 정(靜)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것들을 생활화하여 동정일여(動靜一如) 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문화는 일본무도의 수련관에 스며들어 전통적인 정신교육의 과정을 통해서 화(和)를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는 공동체적 의식과 무(武)적인 인간으로서의 의식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이루고 있다. 무도의 투쟁형식을 통한 자아의 직면은 인간이 일상생활의 도전을 효과적으로 대처할 있는 자질형성으로 적용시켰다.


에도시대(江戶時代) 중기이후 죽도검술이나 유술의 자유연습의 발명은 살상을 하지 않고도 자유로운 기술을 연구해서 힘을 객관화하고 스스로 반성하게 하였다(富木謙治, 1992). 그러나 그것은 연습의 한 수단일 뿐이지 무도수행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가타(形)에 있고 이를 수련하는 과정에서 수(守)․파(破)․리(離)의 3단계는 일본무도의 수련체계의 특질을 알 수 있다.


수(守)라는 것은 전승되는 가타(形)를 반복해서 습득하는 것으로 기본을 충실하게 다지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여기서 기본은 기술을 배우고 통달하는 과정을 묘사하는데 사용되는 용어다. 수련자는 끊임없는 반복으로 정신을 집중하여 자기 능력에 최적형태인 기본 기술을 되풀이한다.


일점일획(一點一劃)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으며, 잘 익혀서 자의(恣意: 방자한 생각)를 허락하지 않는다. 여기서 자의(恣意)는 작의(作意)와 그 의미가 같다. 그 개념을 살펴보면 ‘작의지사(作意之事)’란 스승의 가르침을 바르게 계승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기법화를 꾀하는 행위를 말한다. 심기가 육성되고 무리한 음미가 이루어지게 되면 작의라는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작의가 생기게 되면 본질은 변화하게 마련이고 심하면 본도(本道)에서 일탈되는 행위를 하게된다(富木謙治, 1992).


예를 들어 스승의 가르침에 대하여 이 부분에서는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다”라고 가르치면 자기 자신은 그 가르침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스승의 가르침은 듣기는 하지만 자기 마음대로 기법의 변화를 꾀하는 경우가 많다. 이 작의가 생기게 되면 무도뿐만 아니라 모든 예의 기법에 있어서 많은 방해가 된다. 스승은 하나부터 열 까지 모든 것을 깨닫고 제자에게 가르치며, 스승의 가르침으로 부터 의미를 깊이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겉모습이 화려한 것만을 추구하게 된다.


따라서 스승은 항상 수련 중에는 그 행적을 엄하게 지도하여 의(義)를 지키고 성(誠)을 중요하게 하는 것을 가르치면 사리에 어긋남이 없는 선도(善道)를 만들 수 있다. 특히 수(守)단계에서는 어느 수준에 도달할 때 까지 한 사람에게 지도를 받아야함을 강조하고 있다(김상철, 2000) 이것은 일본무도에 있어서 철저한 가타(形)위주로 기본을 연마함으로써 올바른 개성이 육성된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이 개성이 가타(形)를 깨고 밖으로 나타나는 것이 파(破)의 단계이다. 파(破)에 이르면 수련자는 운동을 실행하는 동안 자신에게 알맞는 수련형태를 스스로 느끼게 된다. 특정유파를 배운뒤에 하나의 유파에 구애됨이 없이 다른 유파의 기술을 널리 익혀 많은 것을 배워 기술을 발전시키는 단계다(김상철, 2000). 이것은 어느정도의 실력이 쌓이게 되면 다른 사범이나 지도자에게 좋은 기술을 배워 수련자 스스로 자기화를 꾀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최후의 단계는 자기화를 이루는 것은 이(離) 단계다. 즉 가타를 떠나서 형이 무너지지 않고 자유무애(自由無碍: 자유자재로 통하는 것)의 활달자재(活達自在)의 역할을 얻는다(富木謙治, 1992). 형을 배우고 형을 초월하여 또 격(格)에 들어가서 격(格)에서 나온다라는 표현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러한 가타의 발생은 체험의 반복으로 보다 좋은 기술이 정형되고 전승되어 후진을 위한 기준이 된다. 즉 모든 유파를 떠나 독창적인 자기의 기술을 창조해 놓는 단계다. 따라서 이(離) 단계에서는 수련자 자신의 몸에 맞는 기술개발을 요구한다.



가타(形)

충실(학습)

선택(초월)

자기화(창조)

수파리 수행과정

출처
 
[기타] 허건식(2002). 무도연구기초, 무지개출판사